12월 27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육류 제한이 풀려서 먹었던 고기가 또 잘못됐다. 맥 상태도 나빠지고 기력도 떨어져서 다시 육류는 금지.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었는데 느낌상 닭고기가 체한 것 같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한의원 내원이 예약되어 있는데 주말과 월요일까지 관리를 잘 해서 회복세가 확인되면 좋고, 아니면 11월쯤의 나쁜 상황으로 접어드는 시작점일 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고기가 핵심적인 문제인 걸까? 과연 고기로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게 가능한 건가? 몸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너무 쉽게 망가진다. 마음도 몸도. 둘 중 하나는 망가진 한쪽이 회복될 때까지 버텨줘야 할 텐데 둘 다 파업해버리니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양분이 부족해 다시금 썩는다.
육류는 앞으로 몇 달은 더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머리로는 계속 며칠 전에 고기를 먹은 걸로 오래간만에 한을 풀었으니 괜찮다고 되뇐다. 그러나 현실이 너무 가깝다. 단백질이 부족한 건지 머리카락이 반으로 줄고 모발이 얇아졌다. 몸무게는 아직도 40kg 초반이다. 속은 비었는데 뭐가 그렇게 자꾸 치미는지 명치가 답답하고 목구멍이 누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머리가 자꾸 괜찮다고 다독이는데 몸과 마음은 아니라고 나는 지금 지쳤다고, 지쳤다고 그렇게 외치는데 왜 자꾸 괴롭히냐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뭘 기다리는 걸까. 몸이 회복된다고 해서 마음도 회복이 될까.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들이 겨울 안갯속에서 보내는 밤 같다. 춥고, 습하고, 앞도 안 보이고, 뭐가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고. 그런 느낌.
생각의 늪에 빠져 우울해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데,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뭐든 의문만 계속 남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