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42

1월 11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날씨가 많이 추워 몸을 꽁꽁 싸매고 출발했다. 은은한 걱정과 불안은 한의원을 가는 길이면 늘 나를 졸졸 따라온다. 시린 손을 싹싹 비비며 밤중에 먹은 두통약이 위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을지를 생각했다. 웬만하면 약은 안 먹고 싶었는데, 편두통이 심해서 못 참았다.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늦어버려 대기가 길었다. 30분은 더 기다린 것 같았다.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

진맥 하시는 사이 한약을 다 먹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그때 처방해 주신다고 했다. 밥이 아니라 한약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던 시기를 넘긴 거였다. 몸이 제 기능을 천천히 찾고 있긴 했나 보다.

회복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내내 나를 괴롭히더니 조용하니 이상하다. 잠깐 잠잠한 건지 아니면 확실히 나를 괴롭히기 위해 몸을 사리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밤중에 두통에 시달린 사실을 알려드렸다. 관자놀이를 짚으며 옛날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리했을 때 여기가 아프지 않았냐고 하셨다. 그렇다고 하니 오래도 고생했다고 하셨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이렇게 아플 거라는 건 그 옛날부터 예정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이 시기를 꼭 한번 거쳐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어두운 기간 같은. 이 시기에 뭔가를 얻어 가거나 죽을 때까지 치료를 시작하기 전처럼 죽지 않을 정도로 아프며 살거나가 아니었을까.

밤새 팔과 손등이 많이 가려웠고 진맥 하는 와중에도 얼굴이 간질거려서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배란기가 원인이었다. 여기저기에 약침을 놓으며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제 한약을 먹지 않으니 식단을 특히 잘 지켜야 한다고도 하셨다.

예전에 아마 치료는 3월쯤 끝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3월이 되면 뭘 할 수 있을까? 먹을 수 있게 될까. 4월이 되고 5월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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