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43

1월 14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요즘 다시 생활 패턴이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쪽으로 바뀌어버려서 일어나는 게 조금 어려웠다. 12시 예약이라 11시에 비척비척 일어나 한의원으로 갔다. 날씨가 쌀쌀해 꽁꽁 싸맨 채로.

진맥 결과는 며칠 전에 갔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라,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밤부터 아침에 일어났을 때까지 약한 두통이 있었다고도 말씀드렸다. 배란기가 지나고 생리가 터져서 몸 상태가 당연히 예민해 두통이 올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머리가 자주 아프곤 했는데, 예민한 성격 때문에 그런 건지 궁금했다. 그 영향도 없지는 않다고 하셨다.

최근 내 예민하고 감성적인 성격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당최 이 성격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무던해 상처받지 않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예민해서 정신이 아프고, 정신이 아프니 몸도 따라서 아프고, 몸이 아프니 다시 정신이 아프고.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성격 같은 것이다.

어쨌든 무던한 사람이 부러웠다. 나도 덜 상처받고 싶었다. 남들이 상처에 둔한 만큼 나도 둔해지고 싶었다. 불안이 나와 너무 가까웠다. 가랑비에 옷이 젖으면 말리면 될 텐데, 나는 가랑비에 옷이 젖으면 그조차도 너무 무거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득, 그냥 그 앉은 자리의 경치가 나쁘지 않다면 거기 앉아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빗소리가 좋다면 듣고 있어도 되겠다 싶었다.

비가 무슨 평생 내리는 것도 아니고, 언젠간 그칠 테고, 그럼 해가 뜨겠고, 그럼 젖은 몸은 마르겠고. 그럼 또 움직이고 싶다면 움직이고.

아직도 어떻게 삶을 버티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대충 그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진맥 결과를 마무리하자면, 두 달 전이었으면 아마 생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텐데 이제 버텨주기 시작했다는 말이 끝이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이런 식으로 증명되는 걸까.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반절은 왔다고 믿어도 될까. 사실 뒤로 걷게 될까 봐 무서운데 인생은 구와 같아서 정면에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 어디로 걸어가도 상관없다는 말을 위로 삼아본다.

새벽녘 이루지 못한 잠 때문에 잠시 침상에서 눈을 붙이고 나왔다. 옷을 껴입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흰 겨울 햇살에 눈이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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