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3월 말에 시작했던 내원이 1월 마지막 날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주에 3회 진료를 받았는데, 기나긴 연휴가 겹치면서 1주일간 한의원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사실 25일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부터 불안이 스멀스멀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토요일이 오기 전에 몸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다시 얼굴과 귀, 팔다리가 다 찢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문득문득 나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인지 집이 너무 불편했다. 밤이면 불을 끄고 자야 하는데, 어둠이며 방의 벽과 가구가 나에게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낮이면 자꾸 카페로 도망 나가는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하다.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은은하게 나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한 입 먹은 과자, 참지 못하고 먹은 볶음밥, 당연하게도 예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들이 위장을 뒤집어놨는데,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방치해서 버티던 몸이 갑자기 터져버리면 어떡하나……. 건강이 다시 하락세를 탄다고 해서 모두 내 탓인 건 아닐 텐데 스스로를 탓하고 벌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 속절없이 모든 게 나의 잘못이라는 망상에 빠져들고야 만다. 오랜 세월 누적된 실패의 경험은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보단 다음 챕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짚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1주일간 너덜너덜하다 못해 다 찢어져 흩어진 마음을 주워 모아, 겨우 한의원에 내원했다. 가는 길 내내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당장 맥을 짚으면 주말에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사달이 났냐는 질문을 들을 것만 같았다. 한의사 선생님은 늘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도.
새벽 내내 왼팔이 가려워서 긁어버렸더니, 피부가 갈라지고 부어 있어서 팔이 지속적으로 따가웠다. 맥을 짚었을 때 내 겁은 다 쓸데없는 걱정이 되어 있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피부는 생각보다 잘 견뎌줬다고 했다.
봄이 되면 조금 더 박차를 가해 빠르게 회복해야 하니, 그전까지 몸을 잘 꾸려야 했다.
따뜻해지면 나의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질까. 그다지 하는 것도 없는데 고단하다. 내 몸은 회복을 위해 힘쓰는데 막상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고 벌어들이지 못하니 그저 쓸모없는 잉여인간이 된 기분이다. 사람이 아프면 쉬고 회복하는 게 당연한데도 가만히 있는 나를 견디지 못한다. 뼈에 각인된 쉬는 사람은 쓸모없다는 사회의 인식과 나 자신이 유능하길 바라는 강박이 뒤섞여서 나를 쫓는다. 내 뒤에서 날 재촉하는 건 다 허상인데 미친개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겁먹는 게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