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46

2월 6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며칠 전에 친구와 만났을 때, 안 먹던 인스턴트 음식을 먹었다. 참다가 요즘 몸이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서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안일한 마음으로.

이제 밤 내내 몸이 아플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었나 보다. 해이해진 마음을 다그치듯이 그날 밤부터 뭔가 이상했다. 얼굴이 자꾸만 가려웠다. 진물이 질질 흐르던 연말과 달리 이젠 거의 깨끗해져 부스럼만 조금 남아있었는데 뭔가 살을 파먹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껍질이 살살 일어나는 게 발바닥이 푹 꺼지는 것 같았다.

화요일에 한의원에 갔을 때 소화 리듬이 망가져서 상태가 안 좋은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거 먹었다고 한순간에 깨져버리는 게, ‘아… 방심했다’ 싶었다.

식단을 잘 지켜보자고 하셔서 그 이후로 악영향을 미칠 만한 건 안 먹었다. 커피가 그래도 유일한 나의 낙이라 커피만 마셨다. 자도 피곤함이 딱히 가시지 않았다. 이건 스트레스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았다.


오늘 내원했을 때, 다행스럽게도 무너졌던 리듬은 돌아왔다고 했다. 어젯밤에도 계속 가려움에 시달렸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직 피부에 소화 리듬 깨진 영향이 남은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 꼴이 되고도 먹고 싶은 게 많다는 게 웃겼다.

오랜만에 인스턴트를 먹었던 순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던 그날 밤까지는 먹을 때 아주 행복했으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간 상태가 지속되니 작년 하반기의 내가 될 것 같아서 너무 공포스러웠다. 쌓아놓은 게 있으니 단숨에 무너지지 않을 텐데.

불안은 인체 반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함으로부터 오는데, 그 판단을 잠재울 정신도 없다. 이 불안을 한 걸음 떨어져 보는 건 사실 나에겐 불안이 조금 잦아들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토요일까지 식단을 잘 지키고 다시 보자고 하셨다. 그때까지 회복되어 오면 된다고도 했는데, 몸은 나아져도 마음은 더 불안하고 조급해진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하고픈 것 먹고픈 것 다 억제당하니 화가 너무 쉽게 치솟는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걸로 정신을 다른데 돌리긴 하지만, 갈수록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 든다. 가끔 정신 차리고 보면 화를 참다못해 숨을 참고 있는 내가 있다.

그저 음식을 못 먹어서 이렇다기보다는 강제로 참고 있다는 게 화가 나는 것 같다. ‘하지 마’, 이 말을 들으면 누가 확 목을 조르는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픈 몸 수선하기 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