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47

2월 20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상황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다. 토요일에 방문했을 때, 여기서 더 나빠지면 곤란할 정도의 상태였다. 화요일에 다시 내원했을 때, 생각보다 빠르게 원래 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잠깐 휘청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나에겐 공든 탑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몸도 마음도 나아지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몸이 다시 휘청이니 마음은 그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 새삼 마음은 몸을 기반으로 한다는 게 느껴진다. 불안하면 산책과 운동을 하라고, 그러면 잊게 된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렇게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종합하자면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불안이 심해져서 숨쉬기가 자꾸 몸이 움츠러든다.


심하게 예민해져서, 아무런 의도가 없는 말을 들어도 화가 나게 된다. 작은 소음에 민감해 벽지가 떨어지는 틱, 소리만 나도 벌레가 나타난 것처럼 소스라친다. 배를 찌르면 내장이 아니라 열등감이나 질투, 분노만 나올 것 같다.

강제로 정지한 내 주변의 모든 게 활발하게 움직인다. 무력하게 그 모습을 보다가, 추한 감정을 느끼는 나를 자각하고 자괴감에 빠지길 반복한다.

언제 다시 작년 하반기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내가 볼품없는 이유가 명확히 존재해서 원망할 곳이 있으면 좋을 텐데 싶다가도 그런 이유가 있다면 그때야말로 진정 내가 망가지게 될 것 같아서, 실체가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따끔거린다. 바늘로 박박 긁는다. 얼굴을 눈꺼풀을 팔을 발목을…… 완치는 불가능과 마찬가지고 평범한 범주에 들어갈 정도의 회복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든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스트레스라도 덜 받을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야 하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도 내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내팽개쳐서 그런 걸까. 생각할수록 내 잘못으로 돌아간다. 쓸모없는 짓이다.


맑은 날씨의 연속이다. 비나 내렸으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픈 몸 수선하기 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