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이 반복되고 있다. 어젯밤엔 눈을 감고 3시간이 넘게 흘러서야 잠들었다. 한의원 예약 시간에 맞춰 출발하기 30분 전까지 자다 깨며 질 나쁜 잠에 붙잡혀 있었다. 잠을 자도 회복되지 않는 육신, 시간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정신, 잠들 때면 내일 아침에 일어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해 보는 불안함, 시간 단위로 늘어가는 상처들. 불확실한 미래가 방에 불이 꺼지면 어둠과 함께 내 위로 내려앉는다.
그것들이 무거워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걸까. 생각을 지우고 숫자를 몇천이 넘어가도록 세어봤지만, 창밖은 나를 비웃듯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기만 했다.
2월쯤이면 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했던 것도 어느새 꿈이 되었다. 나는 마무리가 아니라 내 남은 숨이 마무리라도 되는 것처럼 상태가 나빠지는 중이다. 몸이 아파서 숨이 다하는 게 아니라 못 견디는 내가 스스로 나를 해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의원에서는 작년에 가장 심했을 때만큼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저번에 한번 소화 리듬이 깨진 이후로 몸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거라고 했다. 침으로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다시 한약을 처방해 주셨다. 답이 없다는 무언의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 봄 날씨가 되며 숨을 쉬지 않아 증상도 완화되었던 게 다시 심해지는 거였다. 내가 회복된 게 아니라 질병이 쉬고 있는 거였다.
다시 피부과를 가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 내 상태를 본 피부과 의사선생님이 심각하다고 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때를 견뎌냈으니 이번에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땐 바닥이 어떤 건지 몰라서 견딜 수 있었던 거다. 지금은 나는 내 바닥이 어딘 줄 알고, 그 바닥조차도 사실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난 다시는 그 통증을 견딜 자신이 없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그냥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 차도에 뛰어들고 싶다.
4월에 내가 살아있을까?
건강한 사람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피부가 멀쩡한 사람을 보면 목이 멘다.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견딜 수 없으면 뭐 어쩔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눈물이 나 찔찔 짜는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걸 생각하지 말고 해결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도 여기저기서 들었다. '아프다'는 쓸모없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 할까. 했던 생각을 또 하며 나의 비참함을 곱씹는 건 내 상처만 늘리는 일이라는 걸 나도 안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통증이 뒤따르는데 어떻게 아프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있지. 이 통증을 어떻게 익숙한 마음으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가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도망가고 싶다. 예전에는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딘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