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최근 다녀올 때마다 상태가 조금 호전되고 호전되었던 것보다 조금 더 나빠지길 반복했다. 발목과 손목, 팔뚝은 여전히 가렵고 얄팍하고 약한 눈꺼풀은 자꾸만 낡아간다. 아직도 기력이 다 돌아오지 않은 몸은 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처럼 피부까지 에너지를 제대로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내 몸은 재생되기는커녕 뿌리로 생을 붙잡고 버티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인가 보다.
양분을 빨아들이는 힘이 점차 강해져야 장기가 살아나고 피부까지 에너지가 닿을 텐데 조금만 질긴 걸 먹으면 바로 차올랐던 생기가 꺼진다. 생기를 손톱만큼 끌어올리는 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한 뼘 꺼트리는 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불에 다 타버린 것처럼 생기가 빠져버린 자리에는 고통, 무력함, 우울, 비참함이라는 재가 남는다. 바람이 불면 재가 휘날리면서 나는 숨이 턱 막히고 죽을 듯이 기침할 뿐이다.
신경 써봤자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식단을 조절하고 최대한 자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식단은 먹고 싶은 것들을 다 참아가며 조절 중이다. 잠은 눈을 감고 숫자를 세며 3시간을 태우지만 몸은 잠들기를 거부한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싶어도 고통이 저를 보라는 것처럼 내 의식을 불러내고 억지로 고통에 끌려간 몸과 마음은 놓아달라고 엉엉 우는 것밖에 못한다.
내가 뭘 더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야채만 먹으라고 해서 야채만 먹었다. 시금치와 콩나물이 질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함께 먹었다가 위가 고생해 조금 나아졌던 위장이 다시 나빠졌다. 손목과 발목은 사람의 피부라기보단 건조한 나무껍질 같은 생김새와 질감을 가졌고 몸이 다 나으면 복구될 거라고는 하지만 너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낙인처럼 남아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아픈 몸이 터져버리지 말라고 잡아다 기우고 붙여도 금세 새로운 부분이 해지고 찢어진다. 내가 수복하는 속도보다 상하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따라가기 벅차서 그냥 멈춰버리고만 싶다.
어떻게 다 신경 끄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는 건 나아질 미래인데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산의 초입에 있다고 한다. 발목이 끊어진 게 분명한데 자꾸 산을 넘으라고 한다.
주저앉아 엉엉 울고만 싶다. 그만 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