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다. 적어도 목까지는 좋은 기운이 올라와야 날이 풀리면서 피부가 호흡하며 겨울 동안 갇혀있던 독소가 피부 위로 올라올 때 몸이 버틸 수 있을 텐데 명치쯤에서 기력이 멈춰있다.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고 있어서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점이 없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럴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뭔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어떤 부분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사실 내가 계속 몸에 좋지 않은 짓을 해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근본 없는 죄책감.
오래간만에 먹은 아이스크림 반주먹이 나를 망친 건가? 아니면 견과류? 아니면 볶음밥이? 아니면 커피가? 그것도 아니면 잠드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지새운 새벽이? 주변인들은 모두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다는 불안이?
모든 게 원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의 나쁜 정신건강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 모든 게 원인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정해진 방향도 없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그저 삶이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움직이고 싶을까. 움직이고 싶은데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는다. 내가 나의 건강을 바라며 한자리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처럼 흐리다.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고 거뭇한 구름만이 가득하다. 아직 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습하고 뜨뜻한 바람을 맞으면 숨이 턱 막힌다. 원래도 한 번 숨쉬기 힘들었던 하루가 조금 더 숨 막힌다.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이 오는데 날이 갈수록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 몸 탓에 시간이 흐르는 게 두렵기만 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다음 계절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를 어떤 선고 일이 가까워진다. 이 기록은 언제쯤 완결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