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52

4월 5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느리지만 한의사 선생님이 원하는 정도까지 기력이 점점 차오르는 중인 것 같다. 기력이 차면서 가려움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다. 언제 다시 갑자기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으므로 허튼 생각이 시작되면 아예 생각하기를 중단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약은 계속 하루에 다섯 포를 먹기로 했다. 기력이 안정을 찾으면 줄였다가, 불안정해지면 다시 먹는 방식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제일 문제는 여전히 수면이다. 통 못 자다가, 갑자기 어제는 밤 11시쯤 자서 오늘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는 긍정적인 일이 있었다. 왜 긍정적인 일이냐,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원래 2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데 한 번밖에 안 깼다. 두 번째, 잘 때 평소보다 덜 긁었다. 세 번째, 낮에 일어나 있으면 같은 시간 동안 깨어있어도 어쩐지 낮이 있는 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진다. 하루를 오래 쓰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잠이 와도 몸은 깨어있어서 잠들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는데, 그날은 내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하나 해결했던 날이었고 뭔가를 달성했다는 자기효능감 때문인 건지 은은한 죄책감의 해소 때문인 건지 곤두선 신경이 무뎌져서 잠들 수 있었던 듯하다.

그동안 귀찮아서 미뤘거나 두려움에 도전하지 못했던 일을 시도하고 해결한다면 좀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두려웠던 것들도 조금 더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콕콕 찌르던 바늘 하나가 없어졌다고 이만큼 편해졌다는 게 사실 믿기지가 않아서, 실험을 좀 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 썼지만 수면이 아직도 문제라고 말한 건, 하루를 잘 보냈다고 해서 다음날도 편안하게 일찍 잠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잘 자놓고 다음날 오후가 될 때까지 잠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 다음 일지를 쓸 땐 수면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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