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53

4월 19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지금 몸 상태를 2주 정도 유지한다면 여름 전까지 많이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조심해서 먹고, 잘 자야 하고 등등… 조건이 붙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팔찌처럼 손목을 휘감은 상처를 물끄러미 본다. 껍질이 벗겨져 붉었던 피부에서 붉은 기가 조금 빠진 것 같기도 하다. 25년도가 넘어가기 전에 멀쩡한 손목을 볼 수 있게 될까.

조금만 더 나아지면 바랄 게 없겠다고 말하던 게 몇 달 전인데 역시 인간은 바라는 게 끝이 없는 습성이 있는 건지, 조금 나아지면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더 덜 아팠으면 좋겠고 여전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절망스럽다. 뭔가 바랄수록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원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대상이 병과 고통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으나, 삶 내내 모든 것에 그랬던 것 같다. 스스로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남보다 뭔가를 더 잘했으면 좋겠고… 그런 것들. 남과 나를 비교하면 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진리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날이 언제 올까.


먹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날이면 유난히 눈에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보인다. 뭐든 참는 건 익숙해서 웬만하면 넘어간다지만,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 기어코 코끼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치킨이나 라면의 식감을 상상하고 최근 생일에 친구에게 받았던 치킨 기프티콘을 자린고비에 매달아 놓은 굴비 보듯이 들여다보곤 한다.

나뭇잎이 푸름을 벗어 노랗고 빨갛게 물들 즈음 단풍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정도를 바라는 건 괜찮지 않을까. 단풍을 보고 웃게 된다면 그다음은 겨울의 눈을 보면서 웃기를 바라야겠다. 눈을 보고서는 봄의 벚꽃을 생각해야지……. 벚꽃을 보곤 여름의 장마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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