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주말 사이에 몸이 망가졌을까 봐 불안했다. 그러나 식사량을 조금 줄여야 하는 것 빼곤 큰 문제는 없었다. 한의원에서 자는 건 왜 이렇게 편안한지. 미친 듯이 가려워지면 날 곧장 구조해 줄 것 같아서 그런가……. 아니면 내내 가지고 있던 불안을 한의원에서 의사 선생님의 말로 초기화한 직후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비가 많이 내렸다. 빗줄기가 가늘기만 해서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 걸 피할 수 없었다. 곧장 여름이 올 것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더니 비가 내렸다고 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빗줄기가 대기를 씻어 기승이던 미세먼지를 몰아내는데,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소리에 상념이 주저앉기는커녕 풀풀 날리던 먼지처럼 부피를 키우기만 한다.
불안을 벗 삼아 살아온 지 아주 오래되었다. 습관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행해져서 그렇게 하는 것이 규칙처럼 된 일이다. 그렇다면 불안이 습관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패가 있었을까.
인간은 실패로 만들어진다. 생각해 보니 사람은 여기저기 뜯어진 곳을 기워서 쓰는 것 같다. 누구나. 실패하며 이쪽 길은 아니고, 이쪽도 아니고, 그렇다면 이쪽이 가장 나은 선택지겠구나, 학습한다. 하여 실패는 그다지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는 게 그 실체일 테다. 그러나 우울하게도 나는 실패를 부끄럽게 학습했고 그게 내가 불안을 벗 삼게 된 이유의 8할이 아닐까.
살다 보면 여기저기 기우고 솜이 빠져나가면 채우고 애석하게도 기운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런 게 삶일 텐데 왜 이렇게 붕 뜬 기분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은 부유감이 아니라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 어제 비가 내렸다고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데 어째 내 위의 먹구름은 비켜선 적이 없다.
청승이다. 몸이 조금씩 나아져서 상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 것일 테지. 이렇게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