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55

5월 20일

by 지태엽

한의원에 다녀왔다. 천천히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며 큰 변동 없이 한 달이 지났다. 건강은 계속 한치가 부족해서 크게 나아지지도 크게 나빠지지도 않는 듯하다. 박차를 가하려고 하면 다른 위협요소가 튀어나와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수가 없다. 아주 낡은 경차를 운전 중인데, 도로 위에 미확인 장애물이 가득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차가 아주 낡고 작아서 돌부리에만 잘못 걸려도 폐차될 수준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수리해서 달리는 중인데, 내 몸도 환경도 나를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도 몸이 자꾸 쓸데없는 곳에 힘을 빼서 상태가 지지부진하다는 말을 들었다. 놀랍지도 않다…….


요즘 나의 상태는 불순물이 가득한 물컵과 유사하다. 몇 달 전에는 많은 게 침범해 물컵을 계속 휘젓거나 쳐대서 뒤가 비치지 않는 탁한 흙탕물이었다면 요 며칠은 그게 좀 가라앉아 그나마 맑아 보이는 상태다.

물컵 속 물을 맑게 하는 방법은 그 물컵에 깨끗한 물을 새로 붓는 것인데, 깨끗한 물을 부을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회복되진 않아서 현상 유지 중이다. 가끔 더 탁해지고, 가끔 더 맑아지고.


무감해지는 것 같다. 정말로 무감해지는 건지 방어기제가 마련한 체념인 건지 잘 모르겠다. 간간이 무언가 속에서 치미는 기분인데, 그러다가 또 하루 정도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런데 이러다가 누가 건드리면 한 번 정도는 화낼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쏟아내게 될 것 같다. 평소답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 이름의 공백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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