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며칠 전보다는 안정이 되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다. 아마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런 것일 테다. 언제 다시 나빠질지 모르니 기뻐하긴 이른 느낌. 좋게 말하면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체념이겠다. 이제 몸의 자가회복력으로 회복하기로 하며 끊었던 한약을 다시 먹게 되었으니 기력이 나는 게 이상하다.
며칠째 죽만 먹었더니 입맛이 없다.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나 많은데 내 입에 넣을 수 있는 음식의 폭은 지나치게 좁다. 식단을 시작한 지 1년 반을 향해 가고 있다. 대체로 욕심 따위 없다가도 가끔 미친 듯이 화가 난다. 밀가루를 못 먹으면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데, 그런 걸까. 그 넘치는 폭력성은 스스로의 정신을 폭행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가 긴 만큼 부쩍 더워졌다.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한 날씨인데, 더 큰 더위가 남아있다는 게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그래도 여름이 주는 자연광만큼 생기 있는 게 또 없다. 생기가 넘치는 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아득해지는 때가 있다. 카페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볼 때 특히 그러하다. 몸은 바닥에 붙어있지만 정신은 어딘가 붕 떠있는 것처럼 현실이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환상의 세계가 가까운 것도 아니다. 어딘지 모를 곳을 떠다니다가 몸의 고통이 선명해지면 현실이 가까워진다.
여름이 언제 가려나.
졸린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