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한의원을 다녀왔다. 어젯밤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팔과 손목이 가려웠다. 못 참고 긁어버려서 진물이 계속 새어 나와 조금 고생했다. 한의원에 가면 무슨 마음 상할 소리를 듣게 될지 제법 예상이 됐다. 저번에 갔을 때 이것저것 먹어도 되는지 궁금한 음식을 여쭤보았다. 참외나 수박 같은 건 성질이 차가워서 먹어선 안 된다고 하셨지만, 닭죽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상태가 이렇게 된 걸 보니 닭죽 허가가 철회될 듯했다. 예상대로 생각보다 소화 기능이 좋지 못해 다시 먹지 않기로 했다. 한의사 선생님이 생각하는 만큼 조금만 기력이 더 올라오면 회복이 빨라질 텐데, 그 조금이 안 돼서 몇 주째 지지부진하다. 그 외에는, 잠을 조금 더 많이 자라고 하셨다.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그다지 유쾌하진 않다.
마음이 해이해졌다. 빵조각이나 과일을 한입씩 받아먹고 밥도 평소보다 많이 먹었더니 이렇게 된 거 같다. 다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지금 참지 않으면 여태 쌓아왔던 것들이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몸에 좋지 않은 것에 손을 댄다. 왜 이렇게 참기가 어려운지. 오래도록 참았으면 참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럴 기미란 보이지 않는다. 식탐이든, 가려움증이든.
그렇지만 예전이었으면 뭘 잘못 먹었을 때 그냥 속이 불편하고 팔만 가려운 정도론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주당 2일에서 주당 3일 방문으로 늘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의만 주고 끝난 것도 많이 좋아져서 그런 거니, 그만 생각하기로 해본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인다. 비가 내릴 예정이라 제법 강한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본다. 어제 읽던 책에서 사는데 이유는 필요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유와 가치를 따지면 우선순위가 생긴다. 나뭇잎이 유의미한 목표를 갖고 태어난 게 아니듯이 인간도 비슷하다. 그래봤자 80억 인구 중 한 명인데 각자 뭐 얼마나 더 특별할까. 그조차도 200년도 걸리지 않고 지구의 모든 인간은 새로운 인간으로 교체되는데.
특별히 부질없는 인간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은 원래 존재가 부질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된다. 우주적 관점으로 인간이 먼지만도 안된다는 게 위로가 되는 것처럼.
내가 뭔 말을 하는 건지....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흐리기만 하다.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