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63

8월 4일

by 지태엽

한의원을 다녀왔다. 8월에 타이트하게 회복하고 한약 복용을 끝낸 뒤 연말까지 자가회복에 힘써야 하니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하셨다.


여전히 밤이면 가려움과 통증, 잠들지 못하는 나와 줄다리기를 한다. 아프다, 가렵다, 벗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해도 지금 즉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공과 실패를 따져본다면 지금 즉시 실패라는 결과가 나오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실패했고 열패감에 절어서 죽은 듯이 숨만 쉬었다. 어제는 지긋지긋하고 오늘은 고통스러우며 내일은 두렵다.

오래도록 이 통증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빠져 살았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주문처럼 그저 '지나가는 중이다'라는 말을 한다. 당장 성패를 결정짓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판단을 미루는 말이다. 조금 숨을 천천히 쉬면서 '지나가는 중이다'이라고 마음으로 말한다. 그래도 고통이 심해지면 소리 내서 말한다. 나아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후자의 비율이 더 높다. 그렇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1년 넘게, 2년 모자라게 투병했다. 나는 내내 나의 우울과 고통은 나와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마음건강을 챙기는 건 중요한 것이지만, 나의 힘으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아지고는 싶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회피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깨달은 건, 내 몸이 나아지려면 내가 마음을 고칠 수 없다고 해도 고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고 없고는 관련이 없었다. 마음 건강을 챙기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예를 들면 시험 필수 응시 과목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몸이 나아지려면 마음이 건강해져야 하고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그 영향을 받는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고통의 밤을 거쳐야만 이런 생각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일 테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고 아프고 내가 오늘도 져버린 것 같아도 지나가는 중이라고 해야 한다. 모든 게 거짓말이더라도 마음에 주는 대미지는, 저 거짓말들은 믿는다면 줄어든다. 이 마음이 언제 고꾸라질지 모른다. 깨달음은 오래가지 않고 다시금 아무것도 깨부수지 못할 것만 같은 우울 속에 빠져 이 육신의 통증을 견딜 바에는 차라리 죽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이 주문이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잠을 전혀 못 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새벽을 흐르는 물 보듯이 그저 흘려보내고 아침이 밝아와도 잠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지치고 지쳐서 기절하면 이미 해는 졌고 사람들은 휴식을 거쳐 잠을 청하러 간다. 다시 혼자 남은 나는 또 새벽을 지샌다. 지나가고 있다. 밤을 지나고 아침을 지나고, 여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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