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귀찮아서 일지를 쓰지 않은 건 아니다. 어딘가에 언어를 빼앗긴 걸까. 예전에는 눈물을 흘릴 때마다 그 안에 든 게 너무 많아서 그걸 언어로 구체화했다면 지금은 그 형체를 잡을 수가 없다.
예전만큼 크게 절망하지는 않는다. 이제 제법 머릿속을 찔러대는 절망과 고통을 흘려보내는 것이 조금이나마 자연스러워졌다. 의식하지 않아도 깊은 호흡으로 내보내려고 애쓰게 된다. 그런데 어딘가 위태로운 느낌이다. 하루하루를 애써 연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질질 끄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세상과 단절될 것 같은 기이한 감각.
침을 맞는 도중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지난주보다 확실히 줄어든 게 분명한데도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을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여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 여름의 끝물이고 꼬리만 남은 여름을 나는 붙잡을 수도 없다. 시간은 촉박한데 내 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그렇다면 내년 여름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여름이 몸을 회복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했는데 그 시기는 이미 대부분 소진됐다.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극심한 공포가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아마 그게 몸을 벗어나 눈물로 화한 것일까.
더는 못 버티겠다고 더듬더듬 말했던 것 같다. 딱히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울었고 말을 더듬었고 더듬은 말의 촉감은 끔찍했다.
맥 상태가 막 좋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좋아져서 왔으면, 이런 가정을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연휴가 길어서 다음 주 목요일이나 되어야 한의원에 갈 수 있다. 그사이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또 몇 주 전처럼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번에는 흔적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뭔가에 끝없이 몸과 마음이 갉아먹히는데, 그 빈자리에는 시커먼 질문만 들어찬다.
막연히 여행이 떠나고 싶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꽤 된다. 그런데 못하게 된다고 생각해도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