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화 Sep 07. 2024

<프랜차이즈는 음식을 다 해주는 줄 알았어요>

--나의 창업 이야기


계약하고 개업까지 한 달 동안 점주가 몸소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론 교육, 메뉴 교육, 사업자 등록하기, 영업 허가증 받기 이런 것들입니다. 인테리어 공사와 모든 까다로운 문제들은 공사 업체와 본사 팀이 협력해서 완성해줍니다. 매장의 크기와 좌석 수를 보고 숟가락과 젓가락, 컵, 쟁반 개수까지 셋팅 해줍니다. 주방 세제까지 완비해 주니 제가 발품을 팔 일은 없습니다. 여기 국숫집은 주방에도 정수 시설을 해야 하며 멸치 육수며, 밥이며 모든 조리에 들어가는 물은 정수 물을 씁니다. 모든 열기구가 인덕션입니다. 이러한 것들로 초반 비용이 더 들고 전기 요금이 더 나가지만 건강에 해를 안 끼치니 저는 그것도 좋습니다. 인터넷 와이 파이, CCTV까지 차질없이 설치되었습니다.      



2021년 6월 29일에 작고 예쁜 국숫집이 태어났습니다. 11평에 카운터석 7개, 2인석 2개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국숫집이 있다니 감격했습니다. 첫 3일은 ‘가오픈’ 명목으로 본사 직원 2명이 나와서 함께 영업을 해 줍니다. 1일째, 장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문 닫고 본사 대리에게 조리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인덕션 온도 8에서 고기를 어떻게 볶는지, 마늘 240g을 언제 넣어야 하는지와 주방용품들을 셋팅을 하고, 받드 위치와 음식들을 채웠습니다. 첫날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둘째 날 점심시간에 드디어 문을 열었답니다. 방학이어서 단기 알바로 뛰어 준 대학교 2학년 아들, 젊은 남자 직원 1명과 저, 그리고 본사 직원 2명이 시끌벅적하게 큰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벼르고 별렀다는 듯이 직장인들은 계속 들어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오픈빨’입니다. 경험도 없고 일머리도 없고 순발력도 없는 저는 계속 실수를 했습니다. 아침에 큰 전기밥솥에 밥을 정말 잔뜩 한가득했는데 밥이 안 익었습니다. 그래서 쌀과 물의 양 비율을 배워서 다시 했습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라 주문서가 밀려 들어오는데 ‘한눈’에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엔 충분히 그럴만합니다) 그리고 물만두를 타이머대로 못 삶았습니다. 심지어 소면 삶는 순서도 숙지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면 렌지 안에 큰 바구니를 넣고 그 바구니 안에 소면을 넣어 3분 20초 삶다가 소면 바구니를 건져내어 찬물에 헹궈야 합니다. 저는 바구니를 넣지 않은 채 면 렌지 안에 바로 소면을 던져 넣었습니다. 직원이 소면을 건져내느라 애를 먹었죠. 그때 눌러 붙은 검댕이 자국이 지금도 검게 남아 있답니다. 그 와중에 저는 멍하니 졸리기까지 했습니다. 보다 못한 대리가 ‘기계 고장’이라고 쓴 종이를 출입문에 붙이고 문을 잠갔습니다. 영업 중단입니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온실 속에서 살다가 오늘 아침 뛰쳐나온 것 같은 저는 20대 후반 대리와 2인석에 마주 앉았습니다     

“점주님, 음식점은 첫째가 맛이에요. 이렇게 하시다간 3개월 안에 문 닫아야 돼요.”

그건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행동과 통보였습니다. 

점주님무슨 생각으로 이걸 하신 거예요?”

프랜차이즈라...... 다 해주는 줄 알았어요.”     

저는 눈물 쏙 빠지게 혼났습니다잘해보리라 오기가 생겼습니다          


(면렌지 안에 검댕이 자국 흔적)

♣Tip

인류는 세 부류로 나뉜다.

움직일 수 없는 사람과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  - 아랍 격언          


(저 바구니안에 소면 넣기)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창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