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 이야기
“점주님 같은 분이 더 잘할 수도 있어요.”
경험 많은 대리는 당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진심으로 들렸습니다. ‘초보가 아무것도 몰라도 정석대로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들렸답니다.
가오픈 셋째 날이 되었습니다. 본사 직원이 나와서 도와주는 마지막 날이고, 내일부터는 혼자서 부딪혀야 하는 진짜 영업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습니다. 11시 오픈을 하고 나서 본사 직원 두 명이 유유히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주방에 들어가지 않겠다”였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독립심을 키워주는 극단의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초보인 듯 초보 아닌, 바로 경기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이후에 무수한 시행착오는 말할 것도 없답니다.
이날은 직원과 알바 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본사 직원들은 작별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내일부터는 진짜다. 해보자’ 저 멀리 지평선에 아스라이 보이는 대거의 먼지바람과 적군의 펄럭이는 깃발이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철컥!” 총에 총알을 장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재고 파악해서 발주 넣기, 재료 계량해서 조리하기, 육수 끓이기, 염도 체크하기, 밥 하기, 등등 모든 걸 점주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에게 잘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본인이 마스터해야 포인트만 쉽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건 어디에서나 진리였습니다. 저는 초보였기에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우왕좌왕하는 날들을 오래 보내야 했습니다. 소꿉장난 같은 요리(정확히는 조리겠지만요)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게 되었습니다. 찌질한 사람인지, 고지식한 사람인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인지, 멍청한 사람인지, 일머리가 없고 앞뒤도 막혀 있는 사람인지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를 확인하는 작업은 근사했습니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요리에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깁니다. 타인이 음식을 먹었을 때 느낄 그 맛을 내가 느끼면서 메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릇에 소면을 담고 대파, 유부, 김가루, 깨,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넣고 마지막에 육수를 부을 때, 어느 각도로 누구 위에 붓느냐, 이런 미세한 차이에서도 맛은 달라진다고 봅니다. 저는 대파 위에 뜨거운 멸치 육수를 붓습니다. 대파 향이 동시에 어우러져 국물맛이 더 좋아지게 함입니다. 육수가 그릇 밑바닥에 당도하도록 처음엔 세차게 소면을 밀어내며 붓습니다. 육수가 면을 떠안고 있게 말입니다. 완성된 멸치국수가 소박한 정겨움을 담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봅니다. 이 음식을 먹을 손님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멸치국수)
♣Tip
1. 손님의 마음이 되어 모든 메뉴는 먹어본다.
2. 편안한 식사 시간이 되도록 실내 온도, 음악 소리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테이블이 청결한지 체크한다.
3. 정성스럽고 풍성한 플레이팅은 '바로 만든' 살아 있는(신선한) 음식이다.
(2021년 7월 코로나 시국, 오픈 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