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관계

by 한량연화


2010년 9월 1일에 태어나 한 달이 안 된 강아지를 입양하여 애지중지 엄하게 키웠다. 도서관에 있는 강아지 육아서(개 훈련법)가 총 5권 정도였는데 다 빌려 보았다. 복종 훈련, 식사 훈련, 산책 훈련, 분리 불안, 등 전반적인 것들을 책으로 익히고, 아기 강아지에게 적용해, 우리 집 강아지는 세상에서 최고로 순한 강아지가 되었다. 나는 드디어(!) 사람이 아닌 동물과 교감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강아지가 어떤 마음일지, 산책할 때는 얼마나 즐거울지, 바깥에서 배변을 하고 나면 얼마나 시원할지, 밥을 먹을 때는 얼마나 행복할지, 그와 같은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플 때는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성가시고 괴로웠을지. 기억력이 좋아, 한 번 받은 상처를 잊지 않는 영민함에도 감탄했다. 강아지는 우리 가족의 막내로 살았다. 언제나 아기였고, 막내였다. 그래야 순하다. 하나 팁이 있다면, 막내에게는 늘 밥 순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강아지에게 먼저 밥 주고 사람이 밥 먹으면 강아지는 자기가 왕인지 알고 사나워진다. 왜? 가족을 지켜내야 하니까.


우리 강아지는 늘그막에 걷기를 잘 못해 산책을 하지 못했다. 눈은 안 보여 냄새로 이동했다. 자기 자리에서 밥그릇까지 벽에 몸을 타고 걸어가 밥을 먹고, 다시 그렇게 안방 자기 자리에 갔다. 식성이 좋은 녀석이 아니어서 밥도 언젠가부터는 남기곤 했다. 나이도 많아,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귀 청소도 하고, 항문낭도 짜고, 수의사도 만나던 시절이었다. 하루 정도 사료가 그대로 있었고, 그다음 날 강아지는 내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났다. 2023년 9월 5일, 저녁 무렵, 강아지는 안방 자기 자리에서 거실까지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거실에 앉아 있는 내 앞에 마주 섰다. 눈이 안 보이는 데 정확히.


혀를 내밀고 몹시 헐떡였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음에도, 나는 “목말라?”하며 강아지를 안고 물그릇 앞에 내려 주었다. 강아지는 물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물그릇 앞에 서 있는 강아지를 다시 안고 거실로 왔다. 품에 안고 있는데 비로소 강아지가 숨을 크게 쉬었다. 세 번. 세 번째가 마지막 숨이었다. 곧 다리가 축 늘어졌다. 코에서는 작은 거품이 나왔다. 나는 이렇게 착한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강아지가 방에서 혼자 떠났으면 내가 얼마나 평생 미안했을까. 나는 오랫동안 강아지에게 고마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맙다. 엄마 미안해하지 않게 해 주어서.


내 바람대로 우리 강아지는 수목장으로 흙에 묻어 주었다.


또사진.jpg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덕분에 웃을 수 있었어,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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