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중년부부

선택과 몰입

by 와일드 퍼플

[세상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솔직히 관심 없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니까.
그런 부조리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마음이야 말로 성숙한 인격의 증명이다.
내 마음속에 인간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는 뜻이다.
부자는 무조건 넓은 집에 살아야 한다거나, 직함이 높아야만 성공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받게 된다.
여기에는 이해도, 소통도 없다.]

이 글을 보고 '혹시 내가 이혼하고 여자들이 내 앞에서 남편 얘기를 할 때 내가 그들을 부러워하면 어쩌지? 그럼 나는 아직 이혼을 할 위인이 못되는데..'라는 마음이 들어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만일 이혼을 한다면 이혼녀라는 타이틀에서 무감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후회하는 순간도 존재할 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상상해보고 그럴 때 나는 어떻게 느껴야 할 것인지 감정코칭을 자주 했다. 부러워하지 않고 선택한 싱글 생활을 사랑하도록.
저렇게 마음먹고 산지 5년째, 처음으로 자극이 되는 순간이 왔다. 내가 30대인지라 일하면서 30대 아내들과 미팅을 자주 한다. 그녀들은 매번 남편한테 서운한 감정이 복받친다. 경제적 자립에, 살림에, 육아까지 하느라 녹초가 된 새내기 부부들은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느라 투닥거리고 삐지기 일쑤다.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진짜 피곤하겠다. 서글프겠다. 억울하겠다. 나는 참 편하게 산다. 그래, 혼자 살기를 천 번 잘했다. 혼자 살면서 애 키우나 저렇게 둘이 살면서 애 키우나 맘고생 몸고생 하는 건 똑같은데 차라리 싸우고 간섭할 사람 없는 게 더 낫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50대 여성을 만났다. 그분과 대화를 하고 있자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늘 느껴지는데, 치매를 겪고 있으신 시어머님과 함께 살고 계신다고 했다. 결혼 25년 동안 시어머님이 끓여준 미역국 한번 못 먹어봤다고 웃으면서 말하신다. 남편이 꼼꼼해서 집안 청소를 잘한다, 장례식 가는데 남편이 태워다 주었다 등등 자주 말씀을 하신다. 나는 이혼 후 타인에게 도움받거나 기대를 품는 마음은 모두 제거해 버린 뒤라서 그런 말 천 번 들어도 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랬다.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 내 마음이 꿈틀거렸다. 멋있었다. 시간을 넘어 그 분의 지혜로운 빛이 발산 되었다.
그때 그 여성이 존경스러웠다. 꼭 내가 가지지 못한 한 부분을 생에 가까이에서 처음 보는 듯 하였다. 그러면서 30대때 출산하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집에 있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일하러 나왔다고 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지혜를 쌓는데 20년이 걸리셨다. 그렇게 잘 사는 부부를 보니까 부럽다. 숙성된 부부, 서로 할퀴고 가슴이 찢어지듯 상처로 패인 속살이 이제는 굳은살로 단단해진 중년부부가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인생은 모두 선택이고 집중이다. 미련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죽을 만큼 애썼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을 하고 싶을 땐 과감하게 하되,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고 과거에 비해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순간이 또 후회로 남지않게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얻고, 잃고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늘 선택을 한다. 살아본 적 없는 미래를 미리 해보고 결정할 순 없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 앞설 때 조금만 더생각해보자. 우리가 지나온 과거조차도 그땐 모두 새롭고 해본 적도 없던것들이었지만 지금은 내것이 되지 않았나. 모두 본능에 따르고 부모를 따르다 보니 다 배운 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지 않는가. 어떤 것이든 과거의 작은 실패에서 큰 두려움을 찾지 않고 과거의 작은 기쁨에서 큰 희망을 얻는 그런 자세가 내가 나에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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