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는 게 뭐예요?
평범한것이 나를 몰락시킨다
건강하게 태어나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 졸업 무난하게 해서
취업하고
결혼하여
아이 낳고
열심히 돈 모아
집도 사고
아이 잘 키워서
시집 장가보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다가
아무 탈 없이
죽는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함의 이상은 이렇다.
사람들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좀 더 클로즈 업 한다면
건강하게 태어나
공부 잘해서 인정받고
착하고 친절한 아이가 돼서
친구들도 잘 사귀는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
성향과 성격에 알맞은 직업을 얻는 데 성공해 취업하고
그중 나를 가장 아껴주는 배우자감을 만나
축복받는 결혼을 하고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여
또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들을 숭숭 낳아 기르며
늘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면서 꾸준히 저축한 돈으로
주택청약으로 맘에 드는 집도 사고
멋진 차도 타고
가족들과 휴일마다 여행도 가고
자녀들은 또한 말도 잘 듣고
공부도 부모 닮아서 잘하고
대학 들어가 취업해
배우자 잘 만나 독립시키고
남은 노부부가 되어 손잡고
편안히 눈감는다.
개소리다.
인생은 내 맘대로 결코 안된다.
건강하게 태어나
난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데
맨날 잔소리에
뭐가 그리 성에 안찬지 계속 시끄럽게 소리 지르면서 화낸다.
공부도 잘하고 싶은데
누구 머리 닮아서 이모양인지
도저히 내가 뭐 하고 있는 짓거린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부가 세상에서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하다.
빨리 어른이 돼서 더 이상 부모님의 간섭은 피하고 싶다.
친구들도 매일같이 재수 없어서 꼴 보기 싫다.
왜 다들 나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잘났는지
나만 못난 년 같다.
사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말을 걸면 되는데
거절할까 봐 못 걸겠다.
쪽팔린다.
선생님도 왠지 나를 맘에 안 들어하는 거 같다.
저 1등 하는 애만 예뻐하는 거 같아서
짜지고 산다.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보인다.
취업하고 대학 결정하고 미래를 그리라는데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다 귀찮다.
욕 나온다.
어쩌다 대학은 졸업해야 할 거 같아서
돈 몇 천 들여서 겨우 졸업한다.
물론 그 돈만큼 술로 대학생활을 채우기 바쁘다.
4년제 마지막 돈은 벌어야 할 거 같아서
내 재량에 맞는 그나마
하고 싶은 곳에 취업한다.
하는데 개뿔 왜 이렇게 짜증 만나는지
돈은 버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엄마 아빠 잔소리 듣기 싫어서
얼른 결혼 핑계 대고
얼굴에 가면 쓴 사람 만나 축복 아닌
얼떨결에 결혼한다.
이 사람이 내가 만나던 사람이 맞는지
싸가지는 세상 최고고
냉정함은 하늘을 찌르고
외로움은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이런 것이 결혼인 줄 알았으면 평생 혼자 죽는 게 낫다고 후회하고 서글프다.
예쁜 아이 낳아 행복을 꿈꿨더니
내가 동물이 되어
젖먹이고
몸은 부풀어
정신과 육체가 내가 절대 거부하고 싶은 상태다.
죽고 싶다.
외롭다.
인생이 이런 것이었는지
무기력함이 밀려온다.
돈은 모으면 쌓아질 줄 알았는데
매일 돈 때문에 싸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돈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제는 내 새끼밖에 믿을 놈 없다면서
세상과 등지고 가족에게 마음을 비운다.
아이들 교육하느라 돌보느라 뼈 빠지게 싸우고 괴로움을 이겨내어 키워놓았더니
콩깍지 씌어서 어디서 온 놈인지 내 아이가 훨씬 아깝기 짝이 없는 놈을데리고왔다.
분하다.
내가 이렇게 하려고 지금까지 내 인생 다 바친 게 아닌데
아까워 죽을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내 새끼를 더 이상은 책임질 수 없고 힘겨워
내 새끼 그래도 거두어준다면 완전 땡큐 다하고 시원 섭섭
당장 보내버린다.
지가 좋다고 할 땐 언제고
매일같이 울며 싸우고 화해하고
결혼시켜놨더니 아직도 징징이다.
아직도 내 새끼는 새끼인가 보다.
이제 나는 뼈 빠지게 건강하기만 하다면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내 몸 잘 간수하고
살아야지
이제 나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그 사람은
힘이 없어 보이고 안쓰러운 연민의 마음으로 내가 거두어 들이기로 한다.
잘해줘야지 저도 나도 둘 다 고생 많았다.. 생각하며
지금부터라도 표현하고 살아야지..
더는 없다
우리 가족 무탈하게 건강하게 살고
가끔 어쩌다 만나서 여행 가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
이거다. 구체적인 평범한 삶은.
하지만
나는 특별한 삶을 꿈꾼다.
어차피 저렇게 평범한 삶을 살 것이라면
후회하지 않고 모든 나의 일상을
내가 선택한 것임을 인정하고
대가를 무던하게 치르고 살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절대 인생은 내뜻대로 되지 않음을 알기에
언제나 괴롭고 고통이 수반됨을 알기에
난 특별한 어떤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