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백서 4편
우리 회사는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주간회의를 진행한다. 모든 팀원들이 모여서 한 주간에 있었던 업무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고 한 주간 동안 업무에 대하여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자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내용을 메모하기 위해 종이와 펜을 챙겨 온다. 어느 날, 신입사원이 종이와 펜을 챙겨 오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직접 그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아래와 같은 사유로 종이와 펜을 챙겨 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어차피 지금 담당하는 업무도 없고, 보고할 내용도 없으니까 딱히 메모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물론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회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사람은 참석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업무를 하지도 못하는 신입사원을 회의에 참석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회의 중 실무진들의 보고내용을 듣고 보고 배우라는 큰 뜻이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는 걸까? 신입사원인 경우 회사사람들에게 더 잘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왜 종이와 펜을 들고 메모를 하는 행위가 왜 회사 사람들에게 더 잘 보일 수 있는 행동일까?
1.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기억을 굉장히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편집되고, 왜곡되며 각자 개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억하게 된다. 대학교 MT에서 했던 전화기 게임을 기억하는가? 최초 메시지 전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들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은 최초 메시지가 무엇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이 받은 내용은 최초 메시지 전달자가 말한 내용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강아지와 산책 중 고양이 친구와 물을 마셨다'라는 내용이 처음 전달된 경우,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은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물을 먹였다'라는 식으로 메시지가 와전된다.
메모를 함으로써 상사의 지시사항 또는 요청사항을 그 시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실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시시각각 입수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나와 관계가 없는 정보가 많다. 업무회의 중에서도 당신이 담당하지 않는 내용이 회의 주제에 나올 것이다. 수많은 정보들을 입수하는 과정 속에 우리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놓칠 때도 있으며, 까먹거나, 잘못 기억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시간을 들여 노트에 정리하는 행동은 이러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 메모를 통해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상사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기억하여 수행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고 활용하자.
기억을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2. 메모하는 행동 자체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표시이다.
보이는 것이 때로는 안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맥락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메모는 '나는 당신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스워사이드 스쿼드에 재밌는 장면이 나온다. 윌리엄 스미스가 연기하는 데드샷을 수어사이드스쿼드에 영입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데드샷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최고급 사격 실력을 뽐내면서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요청사항에 대해서 귀담아 않는 사실에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Now that's my price. But I'm concerned 'cause I don't see nobody writing shit down"
이게 내 조건인데, 왜 아무도 메모하고 있지 않고 있지?
회사 안을 벗어나 만약 당신이 고객 또는 거래처와 마주 앉아서 미팅을 하는 상황은 어떨까? 종이와 펜을 가지고 있지 않는 당신을 보고 속으로 "Nobody is writing shit down"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