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엔 할아버지의 P가 있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by 성장형 직장러

차 안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대화이다.


할머니: "그래서 당신, 언제 갈라요? 저녁 먹고 갈 거 아니면, 시간 정하고 나랑 만나서 가이소"

할아버지: "나중에 연락혀, 아니면 그냥 각자 가면 되지"

할머니: "아니 갈 거면 같이 만나서 가는 것이 좋지. 몇 시까지 갈지 시간 정하이소"

할아버지: "싫다. 시간 정하면 그 시간만 계속 머릿속에 생각이 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집중을 못해"

할머니: "저 사람 머리가 변했다"

우리: "ㅋㅋㅋ"


위 대화를 통해 나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MBTI를 알게 되었다. 언제나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우리 할머니는 J, 반대로 세상 느긋하고 자유로운 할아버지는 P이다.


나 또한 심각한 P이다. P와 J는 계획을 할 때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는 것 같다. 즉흥적으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일정을 계획해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보다, 즉흥적으로 만날 때 더 짜릿함(?)을 느낀다. P들은 시간 약속을 잡을 때도 정확한 시간을 말하는 것에 꺼려한다. 예를 들어, 3시 약속을 잡는다는 상황을 가정한다고 하면, P들은 "3시쯤 보는 것이 어때?"라고 말한다. J들이 들어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유라고 생각하겠지만, P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속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선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라고 인식한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을 지금 바로 결정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때까지 결정을 미루는 편이다. P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지 뭐"인 것 같다. 할아버지도 비슷한 마음 아니셨을까? 친구들분들과 놀다가 피곤해서 먼저 집에 다시 돌아가고 싶거나, 아니면 친구들하고 노는 게 너무 재밌어서 정해진 시간보다 더 늦게 놀고 싶은 두 마음 모두 공존하지 않았을까?


시간약속을 정해놓는다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할아버지 마음 또한 알 것 같다. 내가 친구들과 에버랜드에 갔다고 생각을 해보자. 친구들과 저녁 7시까지 놀고 매직트리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놀면서도 계속 지금이 몇 시인지 봐야만 할 것 같은 강박적인 생각이 자주 든다. 그렇기에 우리 몇 시까지 만나자, 또는 우리 몇 시까지 놀자라는 말은 자유로운 P들에게는 족쇄를 채우는 말과 비슷하다. P들은 자유롭고 싶다..!


피는 역시 못 속이는가 보다. 내 피엔 할아버지의 P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메모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