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토모리 과거와 현재
'모멘토모리(Momento mori)'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 문구로서, 오늘날에는 '인간은 언제가 죽는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오늘을 살라'라는 격언으로서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죠.
오늘날 이 말이 우리들에 마음속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을 생각할 때, 현재의 삶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죽음이 가까이에 있던 과거에는 이 모멘토모리라는 말이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과거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화로는 100일 잔치, 돌잔치, 환갑잔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약 519년 동안 조선 왕의 평균 수명은 47.1세였으며,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영아 사망률은 10% 이상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첫 생일 혹은 60번째 생일이라는 의미는 한 마을, 한 가정에 있어서 큰 잔치이자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나는 가장 유명한 역사적 에피소드 중 하나는 진시황의 불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시황(始皇帝, B.C. 259~210)은 중국 역사에서 최초의 중앙 집권적 통일제국인 진나라를 건설한 중국 최초의 황제였습니다.
진시황은 동아시아 최고의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었지만, 그 어떤 제력과 권력이 있다한들 죽음을 피할 수 없었기에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전설의 풀, '불로초(不老草)'를 찾고자 노력했으며, 불사를 위해 수은까지 먹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이 두려운 것을 사실이지만, 의료기술이 형편없었던 당시에는 질병과 죽음은 삶 속에 항상 가까이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에는 100일 잔치, 돌잔치, 환갑잔치 등이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88세 정도로, 100세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죽음을 피하기 위한 진시황의 이런 행동들은 욕망과 어리석음을 비웃는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우리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로불사에 대한 욕망과 어리석음의 대명사인 불로초가 오늘날, 불로초가 아닌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떠실 것 같습니까?
현대판 불로초
'불로불사를 위해 불로초를 찾자!'는 현재에 와서는 '안 아프게 오래 살자!'라는 구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은 현실 속 뉴스에서도 종종 보이고 있습니다.
한 동안 노화에 대한 연구에서 가장 핫했던 키워드는 '텔로미어(Telomere)'였다면, 최근 연구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실현시켜 줄 열쇠를 우리 몸속의 혈액으로 꼽았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를 장시간 주입한 결과 '생물학적 회춘'이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왔고, 이에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건강과 의학은 돈을 따라가기 때문이죠.
2018년, 8월에 미국의 대도시 뉴욕에서 의사인 제시 카마진(Jesse Karmazin)이 암브로시아(Ambrosia)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실제로 고령자에게 16-25세 정도의 젊은 사람들에 피를 이틀에 걸쳐 1.5리터의 혈장 성분을 수혈했으며, 수혈 비용은 8천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890- 900만 원을 받고 수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약 1년 뒤 FDA에 의해 폐업당하긴 했지만, 상당한 사람들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실제로도 그 효과가 있었다고 증언하면서 아직까지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진시황의 욕망과 그 의지는 현대까지도 내려오면서 우리들의 건강과 수명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여러분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자!'라는 구호 아래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오래 살수록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념을 잡아놓지 않고 영양제, 운동, 치료를 찾다 보면, 건강하게는 없어지고 그저 '오래 살자!'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은 노화 혹은 퇴행이란 자연스러운 변화이자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름살 혹은 흰머리를 보고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죠.
또한 노화와 퇴행이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질병 혹은 통증 그리고 누군가는 불편함이라고 부르죠.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가 진행되고 필연적으로 통증 혹은 불편함 나아가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시나요?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10년 가까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환자분들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고3 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8년 동안 공부를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 앉아서 공부를 했는데, 목이 아프답니다.
40대의 택시 기사님께서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운전을 하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70-80대 할머니가 어깨를 180도까지 팔이 다 안 올라가고 어깨 부위가 뻐근하니 아프답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은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보는 우리지만 그 문제가 나에게 닥쳐왔을 때는 그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30대까지의 얼굴은 부모님의 책임이지만, 40대부터의 얼굴은 나의 책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나의 30년 혹은 40년 동안 내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왔는가, 혹은 얼마나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가가 지금의 나의 몸을 결정짓는다는 것이죠. 단지 '왜 아프냐 도대체!'가 아니라 그동안 내가 어떻게 나의 몸을 사용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지금 나의 통증과 불편함에 더 도움이 되는 답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화를 인정하고 그동안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정하는 것은 실제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초석이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증명하는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예일대학교에서 중년의 피험자들을 20년 동안 지켜본 결과 노화 과정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에 비해 평균 7.6년을 더 살았다.
Levy, Becca R., Martin D. Slade, Suzanne R. Kunkel, and Stanislav V. Kasl. “Longevity Increased by Positive Self=Perceptions of Ag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 no. 2 (2002): 261-70.
볼티모어노화종단연구(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는 18세-49세의 성인 남녀를 무려 38년 동안 추적한 끝에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심장마비 위험이 80%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Levy, Becca R., Alan B. Zonderman, Martin D. Slade, and Luigi Ferrucci. “Age Stereotypes Held Earlier in Life Predict Cardiovascular Events in Later Life.” Psychological Science 20, no. 3(2009):296-89.
노화에서 ‘현명함’이나 ‘능력’과 같은 긍정적인 고정관념을 연상하는 사람들은 ‘쓸모없음’이나 ‘꽉 막힌 사고방식’ 같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떠올리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마비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한층 빨랐다.
Levy, Becca R., Martin D. Slade, Jeanine May, and Eugene A. Caracciolo. “Physical Recovery After Acute Myocardial Infarction : Positive Age Self-Ste rotypes as a Resource.” International Journal of Aging and Human Development 62, no. 4(2006):285-301.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심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이나 사고로부터 신체 회복이 보다 빠르고 완벽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Levy, Becca R., Martin D. Slade, Terrence E, Murphy, and Thomas M. Gell. “Association Between Positive Age Sterotypes and Recovery from Disability In Older Persons.” JAMA 308, no. 19(2012):1972-73.
건강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고 인정하는 것이 더욱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이러한 연구에 대한 결론은 바로 '행동의 변화'로 꼽습니다. 노화와 통증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거나 여러 조언을 지키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건강을 관리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 이러한 연구 자료들이 제시하는 공통점이었습니다.
'안 아프게 오래 사는 방법'은 진시황의 불로초와 같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화와 통증은 필연적이고 그동안의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모든 건강관리의 시작이자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관점입니다.
각종 마케팅에 현혹되기보다는 차분하게 앉아서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