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의 전쟁

기아에서 비만으로

너무 잘 먹어도 문제..

2005년, 국제 연합 산하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8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매일 25,000명 이상의 사람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즉, 1초에 다섯 명 꼴의 어린아이가 기아로 굶어 죽는다는 뜻입니다.

(출처 : Golbal walk to fund school meals,http://news.bbc.co.uk/2/hi/americas/4084676.stm)

이와는 반대로 2014년, Marie Ng 외 연구진의 발표에 의하면 과체중 성인 인구는 1980년에 8억 5700만 명이었던 데 비해 2013년에는 21억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세계 모든 곳에서는 저체중보다 비만인 사람이 더 많다는 조사결과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man-1550501_1280.jpg


이러한 통계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70년대 초까지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하루에 1-2g만 섭취하는 반면, 현재는 다양한 식용유를 하루에 50g 이상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듣기만 해도 속이 니글거리는 느낌마저 들죠.


다이어트(Diet)란, 식단(食單)이라는 뜻의 영어로, 특정 목적을 위해 정해 놓은 식사 계획을 이르는 단어를 뜻합니다. 이제는 비만과 질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음식 때문이라는 일종의 ‘상식’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가, 즉 식단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단에 대한 관심은 사실, ‘몸짱열풍’과 함께 ‘다이어트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식단 없이 운동하면 단지 노동이다”라는 말과 함께 건강보다는 ‘몸을 만들기 위한 식단’이 보다 먼저 우리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키토다이어트(저탄고지식단), 팔레오다이어트(원시식단), 단식에서 간헐적 단식 등 몸을 만들기 위한 식단부터 건강을 위한 식단까지 다양한 식단 방법들이 소개되고 알려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러한 식단은 다양한 이론과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서로 융화되고 상충기도 하고, 각자의 체질과 상황에 따라 좋은 식단과 그렇지 못한 식단이 극명하게 나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만든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의 저자 하비 다이아몬드(Harvey Diamond)의 말처럼, 식단에 대한 목적과 적절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같은 음식이라도 목적에 따라 어떻게 먹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멋진 몸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사실 그럴 삶의 여유도 힘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그저 출근을 위해 오늘도 꾸역꾸역 밥을 먹고 부지런히 잠을 보충해야 하는 현실이, 특별한 잘못을 하지도 않은 우리들을 더욱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지식을 통해, 우리에게도 그런 동기와 의지가 생길 수 있도록 식단에 대한 작은 사실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엉터리 다이어트 법칙, BMI

한 번이라도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까? 하루종일 진 빠지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선 나의 모습이 한없이 초췌하게만 느껴지고, SNS 속 멋진 몸매의 소유자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건강미 넘치는 사람들이 멋지고 건강한 육신을 위해 과학적 근거로서 주장하는 하나의 지표가 있습니다. ‘자세’처럼 공감과 유대,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는 ‘BMI’, 즉 체질량지수’입니다.

헬스장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종종, 아니 이제는 필수장비인 ‘인바디, Inbody’를 통해 우리는 쉽게 BMI를 측정할 수 있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를 증거로 식단과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곤 합니다.

diet-3307881_1280.jpg


BMI(체질량지수)란 키와 몸무게 만으로 쉽고 간단하게 체지방을 측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죠.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BMI 기준을 만든 것은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1895년, 보험업계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BMI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비만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 18.5 미만 : 저체중
→ 18.5-22.9 : 정상
→ 23-24.9 : 비만 전 단계 (과체중)
→ 25-29.9 : 1단계 비만 (경도비만)

→ 30-34.9 : 2단계 비만 (중증도비만)
→ 35 이상 : 3단계 비만 (도고비만)


비만은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관상 동맥 심장 질환, 뇌졸중 및 여러 암을 포함한 여러 만성 질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BMI를 기준으로 비만도를 측정하는 것은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쉽고 간단하게 체질량지수를 파악할 수 있다는 Inbody를 통한 BMI의 장점은 평균적인 키에서 벗어나거나, 몸에 부종과 같은 수분 함량이 많은 경우에는 오차 범위가 상당히 커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기준의 설정이 보험회사이다 보니, 그 기준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2011년, 유근영, 강대희 외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자료는 이를 뒷받침합니다. 아시아인 110만 명을 대상으로 9.2년간 추적관찰 기간 동안 대상자 중 약 12만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BMI와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BMI 기준으로 저체중인 사람이 암과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았으며, 과체중 단계의 속하는 사람이 오히려 암과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Keun-Young Yoo, Daehee Kang et al.(2011), Association between Body-Mass Index and Risk of Death in More Than 1 Million Asians., N Engl J Med. 2011 February 24; 364(8): 719–729. doi:10.1056/NEJMoa1010679.)

그리고 이 연구논문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BMI의 기준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그 잣대를 대기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편향적이라는 주장을 만드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의학계에서는 ‘Obesity Survival Paradox, 비만 생존의 역설’라는 가설이 있을 정도로 몇몇 경우 BMI 25-30에 해당하는 과체중 집단(한국 기준으로는 1단계 비만)이 각종 치명적 질병에서 가장 생존율이 높은 현상이 보고되어 꾸준히 연구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바디의 보급으로 인해 골격근량과 체지방률로 몸을 판단하는 풍조는 이미 널리 자리 잡아 있기에 이런 내용은 사실상 대중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늘어나는 몸무게와의 싸움을 끝내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찾아 나서고, SNS의 발달은 멋진 몸매를 갖지 못한 이들을 게으른 사람으로 만드는 그 시선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조금은 내려놓고, 나다운 건강을 추구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진정으로 좋은 정보란, 자신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정보를 말한다.’





식단이 중요한 진짜 이유

당신의 심장은 24시간마다 10만 번 정도 박동하고 있습니다. 그 심장과 펌프장치는 150.000km의 혈관을 통해 한번에 5.7L의 피를 퍼내고 있으며, 이것은 하루에 240,000L를 퍼내는 것과 같죠. (이렇게 50년 동안에 거의 4억 3천5백 리터를 퍼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5.7L의 피는 하루에 3,000 ~ 5,000번 정도 몸의 곳곳을, 60조가 넘는 세포와 세포 사이를 순환하며 영양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환계의 펌프장치는 단 한 번도 건너뛰지 않고 수십 년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단 한 번도 말이다. 이런 엄청난 일들이 우리의 일생동안 이러한 일들이 쉬지 않고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모든 생명 유지 기능의 가장 최하층부에는 이 엄청난 기계를 돌릴 에너지가 필요하죠. 우리 몸속의 내장기관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완벽한 몸의 균형을 유지고 있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 이런 세련되고 완벽한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할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아쉬울 것이 없죠.

약 100조 개, 약 4,000-10.000 종, 그 무게만 2kg의 미생물이 1.5L짜리 대장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결한 박테리아 덩어리인 미생물총에 대해서 관심 있게 바라보는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인체를 구성하는 60-100조 개의 세포 수만큼이나 장에 존재하고, 간의 무게와 맞먹는 미생물총을 우리 인간이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을 이유가 없죠.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주도하는 인간 미생물군 유전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약 100조 마리의 미생물총(microbiota)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인체를 이루는 세포 대부분은 혈액으로 운반되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장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능을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에너지원이 바로 미생물의 노폐물이라는 점이죠.

대변은 사실 우리가 먹은 음식물 찌꺼기가 아니라 대부분이 미생물, 즉 박테리아입니다. 대변 습윤 중량의 약 75%가 살아 있거나 죽은 박테리아입니다. 그리고 그 대변을 구성하는 미생물들의 구성비는 우리의 건강 상태나 식이 상태를 그 어떤 지표 보다도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있죠.


미생물의 구성비는 유익균이 30%, 유해균이 5~10%, 나머지는 중립균으로 구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비율입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의 연구는 어떤 한 종류의 미생물군, 즉 박테리아를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특정 질병과 질환에 노출된 사람들이 유익균의 구성비에 불균형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breakfast-1663295_1280.jpg


이런 개념의 발달은 장내 미생물총의 구성비의 불균형이 다음과 같은 질병들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2년 한 연구에서는 무려 85가지의 질병과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죠.
(Wang Y, Zhang S, Borody TJ, Zhang F. Encyclopedia of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a review of effectiveness in the treatment of 85 diseases.)
→ 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 (CDI)

→ Urinaty tract infections (UTI, 요로감염증)

→ Hepatitis B (B형 간염)

→ Ulcerative colitis (UC, 궤양성 대장염)

→ Crohn's disease (CD, 크론병)

→ Constipation (변비)

→ Irritable Bowel syndrome (IBS, 과민성 장증후군)

→ Cirrhosis (간경변증)

→ 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자폐 스펙트럼 장애)

→ Parkinson's disease (PD, 파킨슨 병)

→ Psychiatric disorders (정신질환)

→ Diabetes (당뇨병)

→ Obesity (비만)

→ Metabolic syndrome (대사증후군)

→ Tumor (종양)

→ Skine diseases (피부병)

→ Kidney diseases (신장병)

→ Immune disorders (면역 장애)

→ Arthropathy (관절통)

신뢰를 할 수 있던 없던,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변비, 피부와 면역을 그리고 비만과 당뇨, 나아가 자폐나 기타 정신질환, 심지어 종양에 이르기까지 장내 미생물과의 연결성을 논하고 있는 주장은 여러 과학자들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는 단순 건강미를 넘어, 진실한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만병통치약을 찾는 인간의 욕망

음식과 식단은 우리의 몸에 에너지를, 나아가 장내 미생물의 구성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삶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이제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들은 빠르게, 그리고 완벽하게 이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 약을 찾아 나서죠.

그렇게 우리들 앞에 나타난 ‘대변 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 우리의 욕망을 대변합니다. 말 그대로 ‘개똥도 약’에 쓰는 일이 우리들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crisis-4974243_1280.jpg


대변 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유익한 균을 정제해 장 질환 환자에게 주입해 치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의 찡그러진 얼굴과는 반대로 2017년, Quraishi 외 연구진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대변 이식술의 성공률은 90% 정도로,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식”이라 언급했죠.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외국에 국한되는 점이 아닙니다. 인하대학원 권계숙 마이크로바이옴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에 의하면 이미 대변이식술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2022년 1월에 우리나라에도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350건 이상 이미 진행되었음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우리나라에서도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in Korea”라는 제목의 국내 대변 이식술에 임상지침이라는 이름의 논문도 기재되는 등 여러분이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술입니다.

저도 전혀, 다른 사람의 대변을 이식받을 계획은 없지만, 그만큼 장내 미생물과 음식 그리고 식단에 대한 연구는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혹은 살을 빼기 위한 식단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칼로리 계산법, 단백질 강박증, 영양제와 보조제를 통해 우리 몸을 약통으로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신선하고 건강한 살아있는 음식을 통해 상식에 맞는 식단을 해라”

pexels-alex-azabache-3766257.jpg


이들이 주장하는 ‘건강한 식단’을 위한 조언은 알래스카 고산 지대에서 길러온 물을 마시는 일도, 정글 속 진귀한 열매를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소식을 하고, 인스턴트식품이나 정제된 음식이 아닌 신선하고 살아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말합니다.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식단’이나 만병통치약과 같은 ‘음식’은 없습니다.
진정한 진실은 때때로 간단한 것들일 때가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상식에 충실하세요.


“오늘부터는 아침에는 신선한 과일과 함께하고, 야식과 과식은 가급적 피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keyword
이전 08화자본주의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