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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생 Oct 05. 2023

10. 선율이 삶이 되는 순간

악기는 왜 비쌀까? ‘예술'이라는 환상과 허울 속에서 생기는 거품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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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가 비싼 이유에는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악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목재 때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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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라는 자재의 특성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팽창과 수축한다는 점이며, 목재의 종류, 생산 지역과 건조 상태 등은 그 목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악기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악기는 완전한 자동화과정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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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목재가 정제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변화를 케치 하고,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은 사람의 노동력, 그것도 고급인력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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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서 목재의 종류와 수급지역을 선정하는 것부터, 어떻게 목재를 건조 및 관리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소히 ‘장인’이 얼마나 많이 관여하는가에 따라 하이엔드 악기라 말할 수 있는 퀄리티의 기본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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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일까.? 악기를 구성하는 것은 목재뿐만이 아니죠. 제가 취미생활로 삼고 있는 ‘일렉기타’만을 예로 들어본다면, 목재를 기반으로 픽업과 프랫을 비롯한 각종 파츠들과 어떤 소재의 줄과 어떤 굵기의 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모든 소리 요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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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파츠들이 좋고 별로인가가 아니라, '악기 제작자 즉 빌더가 그 악기를 어떤 컨셉을 가지고 어떤 조합을 가지고 만들었는가?'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각 브랜드의 빌더들은 그 브랜드의 컨셉과 방향성에 맞는 목재와 파츠들을 조합하여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악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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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만드는 그 컨셉과 과정은 일종의 음식의 ‘레시피’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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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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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방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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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브랜드가 갖는 개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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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브랜드의 가치관과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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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남들과의 ‘다름’을 만들고, 우리는 그것에 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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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만들어지는 ‘다름’은 무엇이 더 좋다 혹은 나쁘다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의 ‘다름’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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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맛있게 밥 해주는 사람’과 ‘셰프’의 차이만큼 의미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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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브랜드와 명품을 나누는 본질적인 차이이며, 그 차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특정 브랜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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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악기가 주는 선율과 감동은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연주 경험입니다. 넥과 프렛을 잡는 연주감은 물론, 현을 튕기고 표현하고 싶은 나의 소리와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 그 악기가 주는 감동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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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악기가 주는 진정한 의미는 듣는 사람이 아닌 연주자가 선율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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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만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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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어떻습니까? 사실 자동차는 그저 탈것에 불과하지만 운전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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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단지 물건을 넣는 가방에 불과하지만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가방은 우리에게 다른 감성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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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주는 의미와 가치는 이런 차이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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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악기에는 비싼 이유가 있고, 비싼 차에는 비싼 이유가 있고, 비싼 가방에도 그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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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각자의 컨셉과 그 컨셉을 구성하는 레시피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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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만약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때때로 감동을 받는다면, 단지 ‘듣기’에서 끝났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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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속 나의 가치관과 함께 공명할 때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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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사치품이라 할지 모를 가방은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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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차는 누군가에게는 오늘도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하나의 동기가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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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주는, 명품이 주는 그 차이는 악기뿐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더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에서 그 치지 않고, 그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의미, 그리고 컨셉이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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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그 '감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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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 세상에 나온 시점에서 더 좋은 서비스가 아닌 그 감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브랜드에 담는 그 과정을 겪고 있는 지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우리 주변 속 브랜드의 노력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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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브랜드를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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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브랜드의 어떤 감성을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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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브랜드의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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