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원하는가, 거짓을 원하는가?
'언제나 환자분들은 자신이 아픈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소히 '명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죠. 허준과 같은 사람이 나의 문제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의료인 혹은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히 '병원 쇼핑'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여러 문제를 만들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하나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말이죠.
특히나 '근골격계 질환', 가장 대표적으로 '허리통증'에는 스트레스와 유전은 물론이고, 자세, 근력, 유연성, 체력, 습관, 직업 등등 수많은 유발 요인들이 존재하고,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장시간 노출된 결과로써 허리통증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은 하나의 원인을 콕 집어서 "당신은 이것이 원인입니다. 이렇게 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기를 원하고 그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들으면 실망하곤 합니다. 더욱이 이런 생각은 진짜 나의 환경과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럴듯한 이유에 나를 끼워 맞추어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려는 일종의 믿음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은 '주사치료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혹은 '근본적인 치료를 받고 싶다.'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로 환자분들과 상담을 하면 보면 근본적인 이유를 듣고 싶기보다는 명확한 문제와 해결책을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하죠.
"당신이 허리가 아픈 이유는 OO 때문입니다."라는 말은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 말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나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입니다.
현대의학은 허리통증의 원인을 알고 있을까?
허리통증은 디스크다?
허리통증이 있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많이 무서워하는 원인 중 하나는 '디스크'입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디스크가 허리통증에 얼마나 많은 원인을 끼칠까요?
지난번 설명드렸던 2014년 W. Brinjikji 외 연구진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허리 통증이 없는 3,000여 명 사람들을 대상으로 MRI를 촬영한 결과 30대에 디스크 퇴행성 변화(disc degeneration)가 보이는 사람은 52%였으며, 우리가 소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디스크의 돌출(disc protrusion)이 보이는 경우는 31%였습니다.
이 수치는 50대가 되면 퇴행(degeneration)은 80%, 돌출(protrusion)은 36%였죠. 무려 '통증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을 때'말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이뿐만 아닙니다.
2012년, Merel Wassenaar 외 연구진은 허리통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85%의 사람이 겪는 문제일 정도로 흔한 문제이지만 이러한 허리통증의 약 95%는 비특이적인 문제입니다. 즉 약 5%의 경우만이 Disc와 같은 병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Merel Wassenaar et al.(2012) "Magnetic resonance imaging for diagnosing lumbar spinal pathology in adult patients with low back pain or sciatica: a diagnostic systematic review")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허리통증은 근육이다?
'근육이 약해서-' 혹은 '근육이 짧아서-'는 허리통증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2008년, Jesper Strøyer 외 연구진들 또한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죠. 이 말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Jesper Strøyer et al. (2008), " The Role of Physical Fitness as Risk Indicator of Increased Low Back Pain Intensity Among People Working With Physically and Mentally Disabled Persons")
연구진들은 근력, 지구력, 유연성, 균형 능력이 허리통증과의 연관성을 보고자 했죠. 그래서 덴마크의 심신장애인을 위한 공공 기관에서 근무 중인 직원 1,000명 중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0개월 동안의 체력테스트와 설문지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근력, 지구력, 유연성과 균형 모두 허리통증과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고하기 어렵다'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들이 믿고 있는 여러 허리통증의 원인들은 하나의 유발 요인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만큼 보인다
여러분들은 위와 같은 내용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요? 혹은 디스크 혹은 근력, 유연성 등등 허리통증의 원인이라고 들어왔던 내용들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들은 적이 없다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병원에서의 진료시간이 너무 짧고 부족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이해시켜 드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환자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나에게 원인과 해결책을 빠르게 제시해 주길 원하시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오시기 때문에 쉽고 명확한 답변을 내려주시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종종 사람들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본인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에게도 설명을 못한다'라고, 하지만 간단하고 쉬운 설명만 듣는다는 것은 해당 담론에 대해서 깊은 이해는 하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격언과 같이 어떤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통해 넓은 시야를 확보애야 합니다. 이처럼 통증과 같이 우리들이 겪고 있는 몸의 문제들 또한 다양한 원인이 있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서 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과 상담을 할 때, 이런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저는 왜 아픈 건대요?"라는 질문을 다시 받곤 합니다.
허리통증에 대한 원인에 대해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직업, 습관, 생활환경 등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파악은 물론이고 과거에 이력과 가족력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의심할 수 있는 요인들, 그리고 그 사람의 치료 목적에 따른 장단기 관리 방법과 계획까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즉, 상담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한두 번 치료를 진행하는 것 만으로 결코 쉽게 이야기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단시간 안에 빠르게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증상 제거 위주의 치료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정보들 속 사실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사실'을 무엇인지 구분해 낼 수 있는 '안목'입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바라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