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패러독스

디스크에 좋은 운동은?

허리통증은 디스크 때문이다!

2012년, Merel 외 연구진에 의하면, 허리통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85%의 사람이 겪는 문제일 정도로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문제입니다.
(Merel Wassenaar et al.(2012) "Magnetic resonance imaging for diagnosing lumbar spinal pathology in adult patients with low back pain or sciatica: a diagnostic systematic review.”)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제4회 대한민국 국민건강영양검진조사 표본자료에 의하면 2007년, 한 해동안 우리나라에서 허리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수는 약 550만 명이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는 허리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죠.
(Hyung-Joon Jhun, M.D et al. (2009), Estimated Number of Korean Adults with Back Pain and Population-Based Associated Factors of Back Pain : Data from the Fourth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J Korean Neurosurg Soc 46 : 443-450, 2009.)


업무상 요통 보상데이터베이스 통계자료를 보면, 그 심각성은 한층 더 깊게 볼 수 있습니다.
→ 허리통증 치료기간은 평균 252일
→ 보험급여는 평균 3,770만 원

→ 통계 대상자의 5.8%는 치료기간이 24개월 이상

(Hyeong Su Kim (2005), Treatment Duration and Cost of Work-related Low Back Pain in Korea, J Korean Med Sci 2005; 20: 127-31.)

즉, 우리나라의 약 23만 명의 사람들은 허리통증으로 2년 이상 병원을 방문했음을 의미하죠.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에는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는 약 17만 4천 명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료비는 자그마치 8천억 원이나 소비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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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 속에서 우리는 ‘허리통증은 디스크 때문이다’ 즉, "허리디스크 때문에 나의 허리가 아프다”라는 인식이, 아니 상식이 뇌리 깊숙한 곳에 박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1972년, X-ray를 시작으로 90년부터 CT와 MRI의 보급을 통해 영상의학에서 그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시작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이는 디스크의 염증과 부종, 돌출과 파열은 실질적인 병리적 현상은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던 문제에 대한 설명으로 명쾌했으며, 실질적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MRI와 CT는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발명품입니다. 앨런 매클라우드 코맥(Allen MacLeod Cormack, 1924-1998)과 고드리프 뉴볼드 하운스필드(Godfrey Newbold Hounsfield, 1919-2004)가 CT 개발을 인정받아 197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 받았습니다.

심지어, MRI와 관련해서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MRI의 원리를 밝혀낸 공로에 따른 1952년, 펠릭스 브로흐(Felix Bloch, 1905-1983), 에드워프 퍼셀(Edward Mills Purcell, 1912-1997)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이고, 두 번째는 MRI 개발 공로에 따른 2003년, 폴라우버터(Paul Christian Lauterbur, 1929-2007), 피터 맨스필드(Sir Peter Mansfield, 1933-2017)의 노벨생리의학상이었죠.


1990년대부터 시작된 30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하나의 과제를 던졌습니다. ‘이 디스크를 해결함으로 허리 통증을 조절하자!’고 말이죠. 이후부터 수술, 운동 그리고 도수치료 나아가 자세 등 다양한 개념의 발전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노력과는 다르게 전혀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허리통증= 디스크'라는 개념이 생겨난 199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 1990년에는 소비에트 연방, 즉 소련이 붕괴되었습니다.

- 1995년에는 Window 95가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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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는 2009년이나 되어서야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즉, 90년대에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2009년 출시된 갤럭시는 23년, 갤럭시 S24 시리즈까지 출시되었으며, 2007년 처음 출시된 아이폰은 현재, 아이폰 14까지 출시되었습니다.

우리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만큼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렇다면 허리통증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지 않은지 이제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허리통증은 정말 디스크 때문일까?

‘허리통증은 디스크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는 대략 1990년부터 우리나라에 디스크에 대한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10이 되었을 때, 우리의 상식에 대한 불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병율이 높은 허리질환 중 1위는 비특이적 요통(non-specific low back pain)입니다. 비특이적 요통이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혹은 찾을 수 없는 허리통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사들의 허리통증에 대한 진단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진단명이 ‘비특이적 요통’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Ahn Y-J, Shin J-S, Lee J, et al. (2016), Evaluation of use and cost of medical care of common lumbar disorders in Korea: cross-sectional study of Korean Health Insurance Review and Assessment Service National Patient Sample data. BMJ Open 2016;6:e012432. doi:10.1136/bmjopen-2016- 012432.)

2012년에 발표된 Merel Wassenaar 외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허리통증의 약 95%는 비특이적인 문제이고 약 5%의 경우만이 Disc와 같은 병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난 30년간 우리들에게 ‘허리통증=디스크’라는 일종의 상식은 허리가 아픈 10명 중 0.5명만이 디스크 때문에 아픈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Merel Wassenaar et al.(2012) "Magnetic resonance imaging for diagnosing lumbar spinal pathology in adult patients with low back pain or sciatica: a diagnostic systematic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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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발표된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논문 자료를 보면,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관념은 또다시 도전받습니다. 허리 통증이 없는 약 3,100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실시한 후, 의사들에게 진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허리통증이 없는 20대 10명 중 3~4명은 퇴행성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 허리통증이 없는 50대 10명 중 8명은 퇴행성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 허리통증이 없는 70대 10명 중 9명은 퇴행성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W. Brinjikji, P.H et al. (2015),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f Imaging Features of Spinal Degeneration in Asymptomatic Populations., AJNR Am J Neuroradiol 36:811–16., http://dx.doi.org/10.3174/ajnr.A4173.)

통증이 없는 사람도 디스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증이 없는 50대가 되면 디스크 퇴행(degeneration)은 80%, 돌출(protrusion)은 36%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스크 돌출(protrusion) 단계에서는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하는 단계임에도 통증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주름살을 질병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이 허리디스크도 노화과정에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직업과 생활양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는 자연스러운 변화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잊어선 안 됩니다.

디스크가 허리통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위와 같은 주장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각각의 사실들은 누군가에게는 사실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맞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의사 혹은 전문가들의 역할이죠.





허리가 아프면 어떤 운동이 좋을까?

신전운동(Extension exercise), 멕켄지운동(Mckenzie exercise)

최근, 정선근 교수님의 ‘백 년 허리’를 통해 다시 한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전운동은 허리 통증이 ‘디스크’ 때문에 발생한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디스크 관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전운동의 창시자 로빈 맥켄지(Robin Mckenzie, 1931~2013)를 통해서 1970년대 중반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10명 중 0.5명에게는 굉장히 좋은 운동이 될 수 있지만, 9.5명에게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나의 상태에 맞는 다양한 운동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력과 코어가 약해서 허리가 아프다?

‘근육이 없어서’ 혹은 ‘근육이 짧아서’ 때로는 ‘코어가 약해서’ 허리통증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디스크만큼이나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말의 진실을 확인하고자 2008 년, Jesper Strøyer 외 연구진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진들은 공공 기관에서 근무 중인 직원 1,000명 중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0개월 동안의 체력 테스트와 설문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력, 지구력, 유연성과 균형 모두 허리통증과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보고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았을 때, 허리가 아픈 이유를 특정 짓기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Jesper Strøyer et al. (2008), " The Role of Physical Fitness as Risk Indicator of Increased Low Back Pain Intensity Among People Working With Physically and Mentally Disabled Persons.”)


허리가 아프면 걸으세요, 아니 뛰세요!

New Zealand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ACC)의 지침과 International clinical guidelines(국제 임상 가이드라인)을 보면, 허리통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단순휴식만 취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도 내에서 활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P. Hendrick • A. M. Et al.(2010), The effectiveness of walking as an intervention for low back pain: a systematic review., Eur Spine J (2010) 19:1613–1620 DOI 10.1007/s00586-010-1412-z.)


이러한 근거로 아직까지도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걸으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걷기와 같은 율동적인 디스크에 압박과 이완은 ‘확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혈액공급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바른 자세를 하고 걷는 활동 만으로도 허리를 보호할 수 있는 코어 근육들의 활성도가 확인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활동인 걷기를 멈추지 마세요!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걷기라는 활동만으로는 그 강도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일주일의 3-5회, 30분 동안 저강도의 유산소 활동(low intensity aerobic acitivy)을 권장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실질적인 현대적인 관점에서 디스크의 건강을 위한 근거는 근력운동이나 코어운동이 아닌, 유산소 운동입니다. 실제로 운동 종목에 따라서 디스크의 건강에 가장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다양한 스포츠 활동 중에서 2m/s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허리 디스크에 실질적인 해부학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Jee Hyun Suh, MD et al.(2019), The effect of lumbar stabilization and walking exercises on chronic low back pai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Medicine (2019) 9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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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이 정도 속도의 유산소 운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렇기에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개입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재활’ 혹은 ‘치료’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허리디스크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허리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다는 운동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운동을 알아보고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당신에 건강에 있어서는 최고의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면, 가족과 함께 산책을 시작으로 천천히 조깅을 시작해 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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