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천사가 있었구나 ②
우리 집
두 번째로 큰방은
아이 둘과 나의
침실이자,
공부방이다.
매일밤
잠자리 낭독은
양치와도 같은 루틴이고
고학년이 된 아이에게
매일밤 낭독을 한다.
끝나지 않는 낭독을 하고나면
아이들과 한 이불을 덮고
꿈나라를 함께간다.
그 방에는
긴 벽을 길게 차지하고 있는
책상 3개가 있고,
그중 하나가
나의 작은 사무책상이다.
나의 퇴근 시간은
아이들이 오기 전 2시이지만,
제시간에 끝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 날은
아이들이 잠들면
조용히 일어나 야근을 한다.
노트북 모니터의 밝기를
최소치로 낮추고
작은 부스럭거림에도 조심하며
못다 한 일을 서둘러한다.
그런데
키보드
무소음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다급한 나의 타자 속도는
소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들의 작은 뒤척임에도
타자를 멈춰야 했다.
다음날,
키보드 커버를 구입하려
쿠팡에 들어갔다.
1만 원?!
비닐 쪼가리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가격에 놀란 가슴 부여잡고
1달째 결제되지 못하고 있는
내 반바지의 체크를 풀고
그렇게 키보드 커버를 서둘러 샀다.
그 비싼 커버는
야근할 때만 아껴 쓰며
내 책상 서랍에 고이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안보는 사이 딸내미가
그 비싼 커버를 펄럭이며
갖고 놀고 있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란 나는
빛의 속도로
그 비싼 커버를 낚아채서는
상태를 재빨리 확인했다.
다행히 찢기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보니,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무안했을 딸내미가 보였다.
사과부터 해야했다.
"강아지, 미안해.
이건 너네 잘 때
엄마 키보드 소리가 클까 봐
밤에만 쓰려고 아끼고 있는 물건이라
망가지면 안 돼서 급히 뺐었어. 미안해. "
"........"
딸이 화가 났을까 조마조마하며
아이를 끌어 안아 달래주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깟 만 원짜리 커버가 뭐라고
애를 놀라게 하나 싶은 마음에
자책이 되었다.
하지만,
내 품에서 들리는 천사의 목소리,
엄마,
우리를 위해
키보드 소리를 줄여줘서 고마워
"...(먹먹)"
키보드 커버가 뭔지,
그걸 뭐에 쓰는지
그 아이는 모른다.
하지만
그 물건은 분명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은 안다.
이 어미가
얼마나 치열하게
본인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작은 것 하나에
절절하게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랑.
오늘도
내곁에 이 천사가 있음에 감사한다.
"어미의 존재는
그 자체로 사랑이 된단다, 애미야.
그러니
너무 애닳아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