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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MOON AND BACK

기계적으로 내뱉는 사랑도 사랑이었다.

by 에스더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감겼던 애미에게 하루의 막바지를 달리는 저녁시간은 깔딱 고개와 같다. 인내심의 문턱을 넘나 들고 있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애미 곁에는 늘 아이들이 너무도 가까이에 있다. 그 아이들은 깔딱 고개를 넘고 있는 애미의 전기줄에 휘감긴다. 웃음기 없는 얼굴, 지친 몸뚱이, 하루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다급한 마음으로 쏟아내는 수많은 명령조의 지시들...

가방정리, 옷정리, 남매 싸움 단속, 목욕지시, 수건정리...


그리고 학습.


과거에도 자식은 바꾸어 가르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 자식을 가르친다는건 너무 많은 감정들을 집어 삼켜야 하는 일이다. 수년을 매일같이 그 감정을 삼켜 냈거나, 삼켜내지 못하고 모진 말로 튀어나오기도했다. 애를 의자에 앉히는 것부터 가르치며 아이와 끈질기게 싸워온 시간이 5년이다. 그렇게 전쟁같은 날들은 고성과 모진 훈육으로 얼룩지어졌다.


이유없이는 학습을 하루도 미루지 못하게 하는 애미와 함께 그 혹독한 시간을 지나왔다. 그렇게 야짤 없는 애미 눈에도 기특하고 성실한 루틴과 집중력이 만들어진듯 하다. 지금은 고학년이 된 첫째아이의 수학 문제들 몇개만을 같이 풀어 주면, 영어와 독서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 수학 문제 몇개만 봐주면 된다니..이렇게까지 아이의 학습이 편해질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 할수 없었다. 문제집을 찢고 던지고, 애 눈물 빼게 혼내며 매일을 2-3시간씩 마주 앉아 있던 저학년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폭풍이 지난 후 고요 속을 거닐고 있다.


어려운 공부와 반복되는 학습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어미인 내가 해줄게 없었다. 그 시간을 어미인 내가 같이 걸어주는 것 말고는 정말 해줄게 없었다.

그리고 말해준다.

그냥 하면 돼.
잘할려고 할 필요도 없어. 못한다고 실망 할 것도 없어. 그냥 매일 너가 하기로한 것을 하면 끝인거야. 모르는건 알면 끝이고, 정해진 시간은 지나오면 끝인거야. 그냥 해"


얼마나 하기 싫었을까.

얼마나 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버거운 날들이었을까. 다람쥐 챗바퀴와 같이 끝없이 반복되는 학습. 이 지루하고 고단한 학습의 반복을 왜 해야하는지도 모른체 애미를 따라 매일 그길을 걸어왔다. 여전히 공부를 안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기꺼이 걷는다. 초등2학년때부터 시작한 내 주도의 가정학습은 가족행사가 있거나 아이가 아프지 않는한 주말도 빠짐없이 5년을 매일 이어왔다.


지금도, 오늘도 아이 둘은 그 루틴을 기꺼이 마치고 애미의 잠자리 낭독을 들으며 꿈나라에 들었다.


아이도 나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고성이 오가던 나날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날 밤이면 밀려오는 자책감으로 애미는 천사처럼 자고 있는 아이와 딴 세상에 앉아 있는다. 감정에 휘감겨 내뱉었던 모진 말들, 무섭게 다그치는 표정들 내가 과연 애미라고 할 수 있나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순간들을 괴롭게 곱씹으며 고독한 밤을 보냈다. 잠든 아이 앞에서 처량히 울며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밥상에서 아이에게 사과를 한다.


어제는 엄마가 너무 심하게 널 다그쳤어. 미안해. 다음에는 화가 나도 참아 볼게. 그래도 엄마도 사람인지라 또 화를 낼수 있어.
그땐 엄마에게 말해줘. 그런 말에 상처 받았다고, 그러지 말아달라고. 그럼 1초도 망설임 없이 100번이고 사과할게. 그리고 계속 마음에 새기며 그러지 않을때까지 노력할게.


"응. 알았어. (배시시)"

"사랑해, to the moon and back!"

"나도!"

"to the moon and back이 무슨 말인지 알아?"

"응, 달에 갔다 오는 거리만큼 사랑한다는 뜻이잖아"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야."

"......(먹먹)"


얼마나 자주 내뱉는지는 모르지만 내 머리속이 잠시라도 조용하다면 내뱉기로 다짐했었으니까. 영화에서 처음 듣고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때마다 꼭 붙여 써야겠다고 기억해놨던 표현인데 아이에게 자주 썼던 말인지 몰랐다.


그래, 괜찮다. 애미야.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게 아닐까 무서웠다. 아무리 애를 잡는 모진 애미어도 그 애미의 무의식 속에는 사랑이 산재해있다. 감정에 휘말려 튀어나오는 말들중에 그것도 있었다는게 참으로 다행이고 다행이다.


I LOVE YOU TO THE MOON AND BACK,

AND EVEN MORE.


<육아내공100_김선미>

싸워볼 만해. 싸워야 하고.

그저 크게 싸우고 애한테 트라우마 남게 될지라도

옳은말은 해야 쓰겠다는 신념, 고집 같은거였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집에서' '아이와' 해결하는 거다.

결국 딱 끼고 있으면서 애랑 둘이서 풀어나가야 죽도 되고 밥도 되는거다.


잊지 말아야 하는건

아이랑 내가 '같은편'이라는 사실이다.

애와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아이와 내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항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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