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의 안식처, 산꼭대기 우리집
눈의 초점이 잘 안맞는다
뒷머리가 묵직하다
눈에 힘을 줘도 뜨고 있는 게 힘들다
어깨 승모근이 뭉친다
계단을 오르다가 주저앉고 싶다
회의실 탁자에 잠시 엎드리고 싶다
귀가 멍해지기 시작하고 가끔 삐~소리가 들린다
.. 무엇이 문제일까? 왜 갑자기 이렇게 힘들지?
5월부터 본격화된 학생들의 생활문제, 그 처리와 지원를 위한 각종 회의, 한주에 2회 하던 필라테스를 3회로 늘릴 것을 결심한 것, 하지만 집에서 타던 실내자전거를 안하고 있는걸. 5월 10일에 다녀온 엄마 팔순 여행, 그 뒤 이어진 주말 약속. 독서모임 준비. 그러나 일본어를 1주일째 쉬고 있는걸. 3.4월 주말반 다니느라 힘들었던 게 이제 나오나??
..다방면으로 고민해봐도 잘 모르겠다..하던 차 생각난, 미야케 쇼의 영화를 보려고 몇개월만에 다시 시작한 왓챠, 그리고 ... 그리고... 본격화된 갱년기가 .. 아무래도 주원인 같다.
직장인 50대 여성들이 주기적으로 맞는다는 링거를 애용해야할 때가 된 거 같지만, 성가시다. 3월 자동차 사고로 받은 합의금으로 마사지를 받기로 결심해서, 오늘 드디어 약손명가에 가서 10회짜리 회원권을 끊었다. 첫 마사지는 역시 끝내준다. 탄력관리는 물론 등과 어깨를 풀어주니 위로의 시간이다.
고3 아들에게 해주는 거라곤 아침에 일어나 아침도시락 싸주고 밤에 11시 넘어 오는 아이 맞이해서 간식 챙겨주는 것뿐이지만, 결국 나야말로 6시간도 자지 못하는 날들이 1년 넘게 계속된다. 갱년기의 수면부족이 문제를 야기하는 거 같다.
오늘 아침, 벼르던 마사지 끝내고 2시 사랑스러운 3년차교사들과의 모임을 위해 제기동에 다녀왔다.
사랑스럽긴 하지만 이제 선을 그을 시점이 된 거 같아서 책모임을 밥모임으로 전환했다. 사실 책보다는 모여서 얼굴보고 고민 이야기, 진로 이야기 등을 나누는게 이들의 목적이어서, 책읽고 싶은 이들이 여전히 있었지만 그냥 그러기로 했다. 사실은 내가 그들이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도 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도 빠듯한 상황이라, .. 이러니 한평생을 독고다이로 살게 되는구나. 밥이라도 잘 먹여야겠다.
당장 주저앉고 싶은 걸 참고 참아 우리집에 왔다. 집가자마자 파자마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세시간쯤 자고 싶었다.
하지만 트레비를 사들고 와 스페인산 레몬즙에 산토리를 조금 넣고 하이볼을 두 잔 말아 먹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창 앞에 둔 내 의자에 앉아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 그 어느 술친구도 필요없는 시간. 오늘은 나이트오프의 sleep이 아주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주기적으로 책에 푹 빠져 두뇌회전에 가속도가 붙는 시기가 있다. 피곤하지만 충만한 그 시기가 지나면 일이 몰린다. 문제는 이렇게 일에 치이다보면 사람들이 보고 싶어진다는 거다. 번잡한 만남에 지치면 또다시 내면으로 기어들고, 그때 다시 책이 읽힌다.
독서-일-사람-고독- 독서-일-사람... 나의 순환구조. 갱년기가 되자 기운이 떨어져 두가지를 같이 병행하기는 매우 힘들어졌다. 곁에 있는 사람은 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중요한 모임들만 남았다. (모임이 잡히면 안나갈 수가 없다)
고독한데, 고독해지지가 않는다.
만나면 좋은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피곤한데, 자고싶지 않다. 뭐 이런 기분.
일주일 쉬던 일본어공부를 다시 신청해야겠다.
... 대체, 편안하다.는 건 어떤 느낌이었더라?
여튼 5월이 끝나고 여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