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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른다

하루 세끼는 너무 많아!

사람은 꼭 하루 3끼를 먹어야 할까 ? 고혈압과 당뇨를 이기기 위해 몸을 홀쭉하게 만든 내 친구는 하루 한끼만 먹는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마른 근육질 남성 배우들도 하루 한끼 먹는다는 사람이 많고, 차..누구더라, 그 삼시세끼 찍던 그 배우도 하루 한끼를 먹는다고 해서 약간 배신감이 들었었다.

정작 하루에 한끼만 덜 먹어도 다음 끼니를 보상으로 넘치게 채우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집밥을 하루 세끼 해먹는 건 너무 심하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던 시절에도 그걸 느꼈지만, 그래도 그때는 면요리나 빵요리로 한끼를 해결하곤 했었는데. 갱년기 암환자는 빵도 면도 안된다.


병가를 내니 하루에 3끼를 챙겨먹어야 한다. 학교 다닐 때도 점심은 잡곡밥만 싸들고 다니며 급식으로 해결했고, 청소년기 성장식을 양만 좀 줄여(과연 줄인 것이었을까마는) 먹으며, 다양한 음식들을 접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주말에 아들들이 오면 하루3끼 챙기는 것으로 하루가 다 갔는데, 집에서 나 혼자 먹자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란 것을 깨닫고 있다. 오전엔 나가자. 운동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견문도 넓히고, 밥은 건강한 식당이 많아졌으니 하루 한끼는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포케나 샐러드 가게도 많고, 비건음식점도 꽤 생겼으니 가능할 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 3총사.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가지. 여름에만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토마토에 칼륨이 많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알게 되었다.ㅜㅜ

집에 있고 나만을 위해 밥상을 차리니, 더욱더 간단한 것을 먹게 되었다. 올리브유에 살짝 구운 채소들은 더할 나위없이 좋다. 채소 자체의 맛을 느끼거나, 좋아하는 발사믹 식초를 살짝 둘러 먹으면 뭐 굳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곁에 달걀프라이나 잡곡밥을 곁들이기도 한다. 내 잡곡밥은 뭐 그냥 집에 비축해둔 곡식들을 마구 섞어 만든 것인데, 너무 맛있다. 흰쌀밥이 주지 못하는 다양한 맛으로 미각을 깨운다. 귀리, 병아리콩, 렌틸콩, 현미, 오분도미에 가끔 유행하는 곡물을 넣어본다. 얼마전엔 파로를 1+1으로 구입해서 넣어본다. 대부분은 수입산이라서 잘 씻고, 물에 반나절 정도 충분히 불린 후, 밥짓기 전에 곤약미를 100밀리리터 정도 씻어 넣어 섞는다. 곤약미가 들어가야 밥에 찰기가 좀 많아져서 먹기 편하다. 비율을 보면 병아리콩이랑 렌틸콩이 1/2정도, 그외 곡식이 합쳐서 1/2 정도를 차지하는데, 따로 육류로 단백질을 챙겨먹는 게 너무 귀찮아서 그렇다.

국물요리를 자제한지 꽤 된다. 원래 설렁탕, 우거지해장국, 순대국, 곰탕 같은 걸 좋아했는데... 건강과 체중조절에 쥐약이라는 걸 깨닫고 자제하고, 미역국 같은 건 건더기만 건져먹는다. 학교에서는 마라탕이 자주 나와서 나름 가끔 기분전환을 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우리집 남자들을 위해 가끔 조미료 없이 다양한 재료와 고기까지 넣어 끓여주는데, 나는 그보다는 미소된장국이 가벼워서 좋다.


초록채소는 샐러드 채소로 1킬로 정도씩 주문해서 한달 가량 먹는다. 쌈싸서도 먹고 다른 채소들과 섞어서 올리브오일과 레몬즙 또는 발사믹식초를 둘러서 먹고, 단백질을 챙겨야지 싶을 때는 씨제이 건강한 닭가슴살 반쪽 정도를 곁들인다. 요즘엔 얼음컵에 레몬즙과 물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호치민에서 라임레몬(짠chanh)이 정말 싸고 온갖 음식에 다 넣어먹어서, 습관이 되었나보다. 너무 맛있다. 하지만 친구가 내가 너무 신 걸 좋아한다고 뭐라 해서 생각해보니, 이게 위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밥은 하루 한두번 곁들여 먹는다. 밥을 좋아해서 끊기는 어렵고, 밥이 있어야 어울리는 밥상이 있는 법이니. 낫도에 파를 쫑쫑 썰어넣고 밥위에 올려 먹으면 맛있고 건강하고 무엇보다 편하다.

가지가 상할까봐 노심초사하다가, 이탈리아 쪽 음식이라는 가지 마리네이드를 발견! 만들어봤다. 빵에 너무 잘 어울렸다.

가지 마리네이드. 들어가는 재료는 토마토 마리네이드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리브유, 식초, 마늘, 양파, 바질 등 허브, 레몬즙. 여기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볼 걸 그랬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토마토를 데치는 과정이 있어 귀찮았는데(껍질도 까지 않는다. 몸에도 좋고 편하니까.), 가지는 한단계가 더 있다. 소금에 살짝 절인 후(30분쯤) 짜서 프라이팬에 넓게 구워주어야 한다. 이것만 기꺼이 해주면 그 다음은 쉽다. 한장씩 소스에 담갔다가 통에 담으면 된다. 쫄깃한 가지 식감이 너무 좋았다. 일본식 가지 쯔케모노를 한번 만들어볼까 싶다. 가지를 버리게 되는 건 제일 참기 힘든 일이니까, 상하기 전에 맛있게 먹어주겠다.

오늘 점심엔 오랜만에 고등어를 구웠다.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면 절대 생선을 굽지 않는데, 주말에 해동시켜놓은 고등어가 상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잘 구워서 양배추쌈을 해먹었다.

세상에, 내가 오이지를 담았다. 지난 달에 10개씩 두번 담아본 후 자신감이 붙어서 과감하게 오이 30개를 주문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웬걸, 10개와 30개는 달랐다. 호기롭게 소금과 베이킹소다로 잘 씻어 말린 오이를 통에 넣고 소금, 식초물을 부으면 된다고 했지만, 그 양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한 세번에 걸쳐 겨우 오이가 담길만큼 물을 부었다. 그래서 두통을 담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한통만 만들어봤다. 비율이고 뭐고 잘 모르겠다.ㅎ 그냥 3일 바깥에 두었다가 색이 변했길래 냉큼 김치냉장고에 넣어버렸다. 맛있어져라.

신장 절제술을 받은 후가 더 걱정이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신장에 부담이 가면 신장병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떨어져가고 있던 신장병(콩팥병)과 신장기능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암종을 절제하게 되는 신장암의 경우는 먹거리 관리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절제 후 부담이 더 가는 건 당연지사일 터. 조금씩 신경써서 나의 신장이 부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물론, 비만, 당뇨, 고혈압이 제일 문제라고 하지만. 이름이 참 귀엽다. '콩팥'이라니. ㅎㅎㅎ 생긴 걸 가지고 이름을 지은게 너무 맘에 든다. 영어로도 Kidney라고 한다. 3끼 중 한끼, 주로 저녁은 가공하지 않은 식재료를 먹어야겠다.


열흘만에 처음으로 평일에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이 큰 집에 나만을 위해 에어컨을 켜는 게 영 마뜩치 않아서 버텼는데, 필라테스 하러 가는 길, 그리고 우리 샘의 빡센 필라테스 때문에 완전 방전. 단호박 토르티야를 먹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칼륨이 적다는 냉동딸기와 저지방우유를 갈고, 단호박은 그냥 렌지에 5분 돌려서 먹었다. 아 맛있군. 집에 있어도 참 할일이 많구나.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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