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분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우관중 특별전, 서예박물관에서

작년부터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조금 깨닫게 되었다. 흥선대원군의 난이나 이응노의 묵죽도를 한참 들여다보며 생각할 줄 알게 되었다는 거다. 그만큼 나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것인지. (그러나 21세기엔 아직 살 날이 너무 길다)


우관중의 전시회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인터넷 뉴스에 뜬 '두마리 제비'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다. 수묵화이긴 하지만 뛰어난 조형성도 있고, 추상화 같은 느낌도 있고, 빈 공간이 꽉찬 느낌이었다. 직접 보고 싶어서 맘 속에 담아두었다가, 예술의 전당의 음악회 티켓을 얻을 기회가 생겨 서예박물관으로 직행했다.

전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단순한 선, 흰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그리고 쨍한 원색으로.

작품 하나하나가 맘을 파고들었고,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작가의 말과 그 번역, 쉽게 감정에 다가가는 명확한 작품해설(외국작가 초대전의 작품 설명은 대부분 마치 AI가 쓴 것 같은 두루뭉술한 추상어의 나열인 경우가 많다)이 정말 좋았다.

우관중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이 함께 있었는데, 동양의 수묵화와 서양의 인상파, 에곤 실레의 어반스케치, 칸딘스키와 호안 미로의 느낌들이 있었지만, 우관중만의 확고한 세계가 보였다. 전시실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한국 작가가 우관중의 작품을 테마로 만들었다는 설치미술도 놀라울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이런 가치있는 전시를 무료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다.

홍콩을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데, 우관중의 작품을 보기 위해 조만간 한번 가야겠다. 그만큼 놓쳤으면 안타까울 전시였다. 중국의 격동기를 살아간 우관중이란 사람의 일생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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