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들아, 잘 부탁해

입원 전날, 이 기대감은 뭐지?

드디어 입원 전날이 되었다. 어제는 나의 친구 윤과 김을 만났다. 초음파로 이상을 발견했을 때부터 줄곧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살뜰하게 신경써준 두 친구들.


아침에 아들과 가지솥밥을 해먹고 원서용 사진을 찍고 연극창작센터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만났다.


금요일 광화문에서 느꼈던 태평성대의 기운은 토요일 기분 좋은 날씨를 배경으로 더 강해져서, 우리 동네서는 성북밤마실 행사, 바로 옆 혜화동에서는 창모가 온다는 더 큰 행사, 한강에서는 온 나라가 들썩이는 불꽃놀이를 한다.

행사의 50퍼 이상은 날씨여서, 두시에 만난 친구들과 성북마실을 다니다가 혜화동을 거쳐 하늘 아래 바람 카페에서 최, 이. 박샘까지 모여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입원과 수술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 고맙고 좋았다.


리버풀이 크리스탈팰리스(!)에게 진 것만 빼고는 완벽한 하루였다. 그래, 뭐, 어떻게 맨날 이기겠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성북동 마실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과테말라에서 오신 분이 직접 만들었다는 걱정인형을 윤이 사주었다. 아들이 어릴 적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책을 함께 자주 읽었는데, 그중 겁쟁이 빌리에 등장하는 바로 그 걱정인형이다.

요즘 한창 시험 걱정인 둘째에게 하나 주고, 둘은 내가 가졌다. 나 대신 걱정을 아주 잘 해줄 것 같은 표정의 착한 인형들이다. 밤에 한 인형에게는 수술에 대한 걱정을, 다른 한 인형에게는 아들에 대한 걱정을 말해주고 베개 아래 넣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진짜 신기하게도 진짜 잘 잤다.ㅎㅎㅎ

일요일 아침 잠을 깼다가 그냥 다시 자서 느지막히 일어났다. 새로 산 소고기들을 먹기 좋게 시즈닝해두고, 냉동실 고기랑 생선들을 찾기 쉽도록 다시 배열해 두었다.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이니 빈둥빈둥 티비를 보다가 문득 앞으로 두달 동안 못하게 될지 모르는 실내자전거를 마지막으로 열심히 타며 기분좋게 땀을 흘린 후 씻고 침대에 왔다.


창밖 풀벌레 소리가 너무 좋아서 이대로 빈둥거리다 일찍 자야겠다.


지난 3개월, 내 인생에서 너무 행복하고 여유롭고 즐거웠던 시간들로 기억될 거다. 가고 싶었던 곳에 가고, 열심히 운동하고, 맛있게 요리하고, 아들들과 대화했던 시간들. 참 좋았다. 나의 직장에도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 나라에 살게 된 것도 감사한 마음이 종종 들었다.


자. 이제 인생 첫 경험들을 하러 떠나자. 난데없는 이 기대감은 뭐지?


모든 것은 순리대로. 침착하게 잘 해낼 거다.

そして、新しい夜明がやってく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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