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하루

그런 것들은 기다리지 말기

by 스물리에

왜 다들 그런 생각 한번씩은 하지 않았을까.


언젠가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다면 부모님께 좋은 옷, 신발, 차 사드리겠다고. 여행 경비 다 대면서 좋은 추억 만들 가이드가 되어 주겠다고. 기회가 되면 좋은 집도 마련해 들겠다고.


그 언젠가를 꿈을 꾸면 기준이 생긴다. 이 시기만 끝나면, 모든 것을 다해드리겠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내가 세운 기준에 딱 맞는 안정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는 남부러워할 거 없이 모든 행복 다 드리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하면서.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그저 앞으로 가는 노력만 할 수 있도록 간섭만 하지 말아 달라고 말을 한다.


내가 세운 그 시점을 지나쳤는데, 아직 기준에 한참 못 미치게 되었을 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운 가상의 시점은 미래의 또 언젠가가 되겠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이 선을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상대의 마음은 안녕할지. 마음속에 가지는 그 마음들이 흘러가지 않고 그 정도를 온전히 유지해 낼 수 있는 것일지. 그리고 앞으로 있을 시간과 여유와 관계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그건 그저 나의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무런 관계와 엮어들지 않았을 때 적용 가능한 나의 기준이라는 걸 알았다. 그 시점만 오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낙관적인 태도에서 기인된, 어쩌면 실패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결과에만 의미를 담은 허상의 다짐이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늘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원했다. 그렇지만 완벽한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실천해내진 못했다. 언제나 누구나 원했던 완벽한 순간이 나에게 찾아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틀어지는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 없이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속에 쌓이는 희망을 과식하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배부르게 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어제 가까운 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상대의 행복한 미소와 즐거운 발걸음을 보면서 느꼈다. 긴 시간 동안 참아왔던 일상의 설렘은 지금 당장에라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음을 알아버렸다. 하루 끝에 모여있는 많은 사진들 속 우리의 미소는 앞으로 만났을 때 또 어떤 행복을 쌓아나갈지 기대감을 만들어내었다. 떠나는 순간에 얻는 다시 찾아올 그 순간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떠한 불안함이 낄 수 없도록 견고하게 마음을 울리면서 다가왔다.


넘치지 않는 적당한 숙성. 아직 많이 엉성하지만 그래도 기다림과 실천이 적절히 베여있는 인생을 살아내야겠다는 다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그런 하루였다.

아직은 나에게 어울리는 '적당히'의 정도를 감잡을 수는 없지만 마냥 기다림으로 가득한 인생에서 한두 걸음 멀어졌으니, 이제 수백 번 왔다리 갔다리 하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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