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후 밀려오는 자괴감

내가 솔직하지 못한건가

by 스물리에

유명 대기업 중 한곳에 최종 면접을 보러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검정 가디건을 구매했고, 다음날 아침 입기 편한 곳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당일 면접을 대비해 최종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의 상쾌한 컨디션을 위해 빠른 숙면을 취했다. 아니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전날 밤 준비해둔 복장을 빠르게 착용하고 아침을 먹고,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날씨도 화창했고, 시간도 여유로웠고, 모든게 순조로웠다. 마치 면접장에서의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마음도 안정이 되었다. 이번엔 잘 되겠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 모든 순간들은 그저 완벽했다. 그래서 이번 면접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면접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기업측에서 준비한 추첨 이벤트에 당첨되며 선물도 받았고 그 선물은 내가 곧 이 기업 소속 직원이 될 거라는 일종의 신호이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이 진행되면서 마음에 확신이 가득찼다.

와... 망했다.....


그 동안 노력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진 않았지만, 마치 이 생생한 현장감이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만 들 뿐이었다. 끊임없이 죄여오는 질문들에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고 떠오르지 않는 답변을 생각해내려 뇌를 그냥 쥐어짰다. 찔끔찔끔 새어나오는 단어들로 면접장의 적막이 채워질수록 각자의 표정은 굳어져만 갔다. 면접관들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좋아할거라는 생각에 입꼬리만 살짝 올려 경직된 모습으로 열심히 대답하려 했다. 이제는 더이상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지만 희미한 정신을 겨우 붙잡아 멘트를 마무리했다.


면접이 끝나고 눈빛은 공허해졌고, 나는 말이 없어졌다. 대기장 내부에서 지원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두마디씩 화기애애하게 말을 얹을 동안, 그저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에 왠지 모를 모멸감이 느껴졌다. 면접관의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떠올라 순간 이유모를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때는 뭔지 모를 감정의 연속이었는데, 나는 그 면접 과정에서의 면접관의 표정, 말투, 몸짓들에 대해 상당히 무례하다 느꼈고 그에 자존감의 스크래치가 났던 것 같다. 울적한 마음을 떨쳐낼 새도 없이 집에 가는 차편에 몸을 실고 집에 왔다.


다음날, 아직도 기분 나쁘게 휘어지는 면접관의 눈썹과 냉소적인 말투가 내 가슴속 어딘가에 둥둥 거리며 떠있었다. 면접장에서 솔직하지 못하다고 평가받은 내가 실제로 나는 나에 대한 생각을 그저 내뱉은 것일 뿐인데 나 같지 않다는 평가에 솔직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간절한 만큼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고 포기하지 않으려 말을 덪붙일 수록 '너와 내 사이~ 우리 둘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하필 밖에 비까지 내려 우중충한 날씨에 어둡게 두근거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고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잠시 비가 그친 타이밍을 노려 강아지 산책을 빙자해 가벼운 산책을 하며 청승을 떨었다. 두 귀엔 이어폰을 꽂아 나를 위로해줄 그 어떠한 소리를 들으며 발을 굴렀다.


그러다가 나는 언제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했다. 그 언젠가 옛날의 내가, 걱정하던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 비참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하기 싫은 것을 꾹 참고 해내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언제가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믿음은 잘못된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텅 비어있는 껍데기 같아서 알맹이를 뱉어낼 수 없는 사람같다고 느껴졌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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