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5편-다시 시작 할 용기

다시, 숨을 고르다

by 문석환

다음날 아침, 모든 의욕은 사라지고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서울대 쪽 음악학원 강사로 경험 삼아 나가는 곳이 있었고,


분당챔버오케스트라, 아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그리고 앙상블 팀까지…


사실 백수는 아니었지만, 한 달 동안 받은 돈은 30만 원 남짓이었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지만


치료를 병행해야 했기에 하루하루가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형, 저 민규예요.”



지금은 친한 동생이지만,


그때만 해도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형, 혹시 8월에 시간 어때요?”


“지금 학원 나가는 게 있고 오케스트라도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는데…”


“다름이 아니라 일본에 한 달 정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같이 가고 싶어서요.”


“나랑? 왜?”


“그냥 같이 가고 싶어서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했다.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길지 않게 정리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민규야, 갈게.”


“오, 좋아요 형!”



결론적으로, 그 연주여행이


내가 반포에서 학원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돌아올 때까지 반포쇼핑타운이 안 나가 있으면 운명이라고 생갹하고 바로 계약하자.’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고 일본으로 향했다.



물론 레슨이나 오케스트라 측에는 양해를 구하고 떠났지만,


자연스럽게 돌아오면 학원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의 한 달은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했다.


29번의 연주 동안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연주했는데,


바쁘다 보니 잡생각도 나지 않았고, 잠자리에 들 때쯤


민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 밝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바로 반포쇼핑타운 8동에 있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오후 3시쯤 도착해 부동산에 들어가자마자 말했다.



“혹시 저 기억나시죠?”


“아, 네. 어쩐 일이세요?”


“반포쇼핑타운 4동 4층, 나갔나요?”


“잠시만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아, 아직 안 나갔네요. 월세도 10만 원 내려갔어요.”


“저 당장 계약할게요.”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부동산 사장님이 말리는 와중에도 막무가내였다.



계약금을 넣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성급했나?’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한다.


망하더라도 지금 망하는 게 낫지.’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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