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6편-계약 이후, 진짜 시작의 무게

-도망칠 수 없게 된 첫날-

by 문석환

일단 계약을 하긴 했지만 가계약 상태였고,

다행히 공실이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조금 있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일들은 많았다.



가장 큰 고민은 인테리어였다.


어떻게 꾸며야 할지,


홍보는 또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2005년 9월 초에 가계약을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정식 계약은 10월을 넘겨


11월이 되어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일본에 가기 전 레슨을 했던 음악학원은


원장님의 배려로 계속 나갈 수 있었지만,


다른 연주 단체들은 모두 그만두게 되었다.


덕분에 시간은 많았지만,


그만큼 불안도 함께 늘어갔다.



11월에 들어서면서 인테리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야 했다.


인테리어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고,


공사 기간도 확실하지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다.



“석환아, 아는 사람이 인테리어 쪽 일을 하는데


방음 부스를 놓는 건 어떻겠다고 하시더라.”



“방음 부스요?”



“응, 겉에는 장판만 붙이고


조립식 방음 부스를 놓으면


가격도 많이 안 비싸다더라.”



“얼마 정도요?”



“한 300만 원 정도?”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었고,


부스 설치 예약을 했다.


인테리어 공사는 반나절 정도면 끝났지만,


그날의 심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정말 시작을 잘한 걸까?’


‘망하면 어떻게 하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방음 부스와 벽지 공사가 끝난 뒤에는


책상과 소파, 피아노를 옮겨야 했다.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걸어


집에 있던 가구와 피아노를 학원으로 옮겼다.



이삿짐센터 트럭 앞자리에 앉아 있던 순간의 기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가는데


그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앞으로의 기대보다는


걱정, 불안, 초조함, 그리고 어쩐지 모를 창피함까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학원.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현실.


그때의 초라한 내 모습이


내 20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서글퍼졌다.



학원에 도착해 짐을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정도였다.


짐을 다 세팅하고 나니


그래도 조금은 학원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주 초라했지만,


‘그래도 여기가 내 사무실이구나’라는 생각에


그 순간만큼은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로 홍보를 할 수는 없었다.


교육청 신고를 해야 했고,


사업자등록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걸 혼자 하려니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다시 우울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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