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자를 만나다
교육청 신고를 마치고 나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사업자등록이었다.
세무서에 가서 안내를 받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니
생각보다 절차는 단순했다.
며칠 뒤 사업자등록증이 나왔고,
그제야 비로소 ‘정말 시작했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조용했다.
홍보를 본격적으로 하기도 전이었고,
학원에는 아직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2005년 12월,
20대의 마지막 달은 무척이나 쓰렸다.
아무것도 되는 게 없었고,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형, 저 지환이에요.”
“어, 오랜만이야.”
“형, 학원 오픈했어요?”
“응, 이제 막 시작했어.”
“저 할 얘기가 있는데… 형 집으로 가도 돼요?”
“응.”
지환이는 같은 악기를 했던 친한 동생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한동안 클라리넷을 내려놓았던 친구였다.
몇 시간 뒤,
지환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방에 올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지환이가 말했다.
“형, 저… 클라리넷 입시 볼 수 있을까요?”
“뭐? 입시?”
“네. 계속 악기를 할 건 아닌데,
학교에 가서 편입을 해볼까 해서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입시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게다가 악기를 놓은 지도 꽤 된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안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지환이의 눈을 봤는데,
지금까지 알고 지내면서
처음 보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그럼 하루에 10시간 정도 불 자신 있어?”
“네. 밤새도록도 불 수 있어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래. 그럼 한 번 해보자. 내일부터.”
그 순간,
오랜만에 의욕이 다시 불타올랐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지만 그때는
앞으로 다가올 참담한 시간들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