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던 순간
그날 이후 첫 제자 지환이의 입시를 위해 한 달여 동안 혹독한 트레이닝을 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해 준 시간이었다.
작별 인사를 나누던 날,
지환이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형, 꼭 잘될 수 있을 거예요. 항상 응원할게요.”
“고마워. 다음에 꼭 보자.”
지환이를 보내고 다시 학원으로 들어왔을 때,
텅 빈 공간에 숨이 턱 막혔다.
그전에도 학생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
군악대를 준비하며 한 달만 배우고 간 학생,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 1월,
학원의 학생 수는 0명이었다.
이제부터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터에 혼자 놓인 기분이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컨테이너 같은 학원 안에 앉아
몇 시간이고 같은 생각만 반복했다.
‘어떻게 해야 학생이 늘지…?’
그때였다.
학원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클라리넷 상담 좀 하려고요.”
너무 기뻤다.
그런데 동시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담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수업은 어떤 식으로 하세요?”
“………”
수업은 매일 했지만,
설명할 말은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여보세요?”
“아… 저… 음… 개인…”
“전화가 잘 안 들리네요. 다음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뚝.
바보 같았다.
그렇게 기다리던 상담 전화였는데
아무 말도 못 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도 몇 번 상담 전화가 더 왔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참 더디게 흘러가는데
월세 내는 날은 너무 빨리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1월, 2월이 지나갔고
학생 수는 여전히 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성인분이 학원을 찾아오셨다.
“저 오늘 바로 배울 수 있나요?”
“네, 그럼요.”
“너무 하고 싶어서 동네 찾아보다가 전단지 보고 왔어요.”
너무 기뻤다.
비록 한 명이었지만
‘열심히 하면 분명 늘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첫 레슨을 시작했다.
악기 조립부터 주법까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기초가 중요하니까 곡은 나중에 할게요.”
“네.”
롱톤, 스타카토, 교재 연습까지…
원래는 한 시간 수업이었지만
어떻게든 만족시켜 드리고 싶어서
두 시간 가까이 레슨을 했다.
그때는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어? 나 레슨 잘하네… 재능 있나 봐.’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 달 뒤, 다음 달 등록일이 되던 날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저 클라리넷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왜요? 너무 잘하고 계신데요.”
“재미도 없고, 입술만 아파서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분은 학원을 떠났다.
그리고 그 뒤로도
한 달 만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계속 생겼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 내 레슨 방식이 잘못됐구나.
하지만 그때는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건지조차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