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11편 -레슨의 벽, 상담의 두려움

잘 가르친다는 것의 두려움

by 문석환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클라리넷을 오랫동안 해왔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레슨은 연주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때부터 신세한탄이 늘었고, 어느 순간 심각한 우울감까지 찾아왔다.


학원에 혼자 앉아 도대체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고민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물어볼 사람도, 조언을 구할 곳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상담 연습을 해봐야겠다.’



종이를 꺼내 상담 멘트를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학원은 일대일 개인 레슨이고,


시간은 최대한 맞춰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어느 요일이 괜찮으세요?”



“아, 네. 우선 시간 되실 때 한 번 방문해 주시면


더 자세히 상담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적어 놓은 멘트를 혼자 읽고 또 읽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상담 전화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 수백 번씩 반복했다.



그리고 지환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환아, 불시에 학원으로 전화 좀 해줄래? 음성도 바꿔가면서.”


“네??? 왜요?”


“상담 연습 좀 하려고.”


“아… 알겠어요.”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말은 한결 매끄러워졌고, 조금씩 자신감도 붙기 시작했다.



‘이제 상담만 오면 되는 거야.’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기다렸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낙심하고 있던 어느 날,


마침내 학원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클라리넷 학원이죠?”


“네, 안녕하세요.”



그동안 적어놓고 연습했던 멘트들이


술술 입에서 흘러나왔다.



‘오… 상담 잘하는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저희 아이가 아예 처음인데요,


악기 브랜드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뿔싸…’



취미용 클라리넷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던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악기는 따로 알아보셔야 할 것 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고,


그렇게 상담은 끝나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또 한 번 느꼈다.


‘이 일이 정말 나랑 안 맞는 건가…’



그래도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무작정 악기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한 악기사와 연결이 되었고,


그때부터 학생들의 악기 구입을 하나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학생들의 첫 악기 선택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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