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먼저였던 시절
상담을 넘기고 레슨을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현실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학원에서의 레슨은 거의 없었고,
외부 레슨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산, 화곡동, 수유리, 상계동….
학원에서 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어떻게든 학원을 유지해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러던 중, 당시 살던 삼성동 근처 잠실 쪽에서
레슨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학원을 통해서 온 문의는 아니었고,
아는 사람을 통해 연결된 레슨이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세 번.
‘학원으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레슨만 해도 월세는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레슨을 맡기로 했다.
레슨 장소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이었고
처음엔 찾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다행히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학생은 외국에서 잠깐 살다 들어온 상황이었고,
지금은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두 달 정도 레슨을 하기로 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학생 혼자 한국에 들어온 상황이라
부모님과는 직접 연락할 수 없었고,
친척 어르신도 잠시 해외에 나가 계시다고 했다.
그땐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두 달이 지나갈 즈음, 학생이 말했다.
“다음이 마지막 수업이네요.”
“그러게… 나도 아쉽다. 가서 잘하고, 가끔 소식 전해.”
“네 선생님. 아, 다음 시간에 엄마가 레슨비 주시기로 했어요.
잠깐 한국에 들어오셨거든요.”
“아, 고마워.”
마지막 수업 날.
그날은 수업이 많지 않아 집에서 바로 레슨 장소로 향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설마 레슨을 잊은 건가…?’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레슨비를 주지 않은 채,
이미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왜 이런 일은 꼭 나한테만 생기는 걸까…’
학원을 연 지 겨우 4개월.
모아둔 돈은 없었고,
월세를 내기 위해 현금서비스까지 받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세상이 통째로 등을 돌린 것 같았다.
심지어 그 무렵,
안산에서 일요일마다 레슨 하던 학생에게도
5개월 치 레슨비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은 지금도 기억한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처참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