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14편 -조용한 학원에 울려 퍼진 충성

믿어주는 사람이 생겼다

by 문석환


그날 이후로도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학원 앞에서 연주를 멈춘 뒤, 다시 예전처럼 조용한 시간이 흘러갔다.


하루하루가 고달픈 시간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시도해 볼 홍보 방법도 없었고,


외부 레슨도 거의 없던 시기라 수입은 사실상 ‘0’에 가까웠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원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문이 ‘꽝’ 하고 열렸다.


군복을 입은 남자분이 선글라스를 낀 채


뒷짐을 지고 들어오고 계셨다.



나는 반사적으로 경례를 했다.



“충성… 아, 아니… 안녕하세요.”



그분도 아무렇지 않게


“충성.”


하고 경례를 받아주셨다.



그리곤 학원 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았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뭘 잘못했나?’


‘민원이 들어왔나?’


‘설마 단속…?’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학원 한 지는 얼마나 됐죠?”



“잘 못 들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나 됐냐고요.”



“아… 한 5개월, 6개월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진 채 대답하고 있었다.



“음… 클라리넷 전공하셨나요?”



“네, 클라리넷 전공했습니다.”



속으로는 이미


‘아, 누가 신고했구나.’


‘이제 접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그분이 말했다.



“저, 클라리넷을 배우고 싶어서요.”



“네?? 왜요??”



긴장이 풀려서였는지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하하, 우연히 클라리넷 소리를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악기를 바로 사고, 이쪽으로 그냥 와봤어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실 검열이나 단속 나온 분인 줄 알고


엄청 긴장했다고 말씀드리자


그분은 웃으시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쪽 동대장인데, 예비군 담당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번 머리가 하얘졌다.



더 웃긴 건,


나도 그 당시 예비군이었고


바로 그 ‘담당’의 관리 대상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괜히 경례를 더 크게 했던 이유를


그제야 나도 이해했다.



그날 바로 레슨을 시작했다.


악기 조립부터 차근차근 설명했고,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기초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어느 정도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곡 위주로 접근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법을 잡아갔다.



그분은 몇 년 동안 꾸준히 레슨을 받으셨고,


그 경험을 통해 나 역시


‘레슨은 연주와 다르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의 ‘충성’은


내 레슨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뜻밖의 신호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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