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지 않게 만든 이유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클라리넷 학원이죠?”
“네, 안녕하세요.”
“혹시 방문 레슨도 하시나요?”
“네, 지역이 어디신가요?”
“학원 근처예요.”
“네, 시간은 되도록 맞춰드리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요.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소리도 안 난다고 해서요.
마지막으로 개인 레슨을 조금 받아보고,
그래도 안 늘면 그만두려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아이가 아니라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 이 친구까지만 해보자.
그리고 정말 안 되면, 레슨은 그만두자.’
마음을 그렇게 정하고 바로 레슨 날짜와 시간을 잡았다.
사실 그때는 시간이 너무 많았기에
요일이나 시간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방문 레슨을 하기로 했다.
집은 학원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체구가 작은 아이가
힘없이 악기를 조립하고 앉아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 뒤,
어느 정도 하는지 소리를 한 번 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주눅이 들어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자신 있게 불어도 돼.
틀려도 괜찮아.”
말은 없었지만,
아이의 눈빛만큼은 유난히 간절해 보였다.
첫날은 실력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부 바꿔야겠다.’
주법, 호흡, 테크닉…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자신감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칭찬을 많이 했다.
잘 안 되는 부분보다
잘 되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했다.
“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크게 불고,
자신감만 가지면 정말 좋아질 거야.”
돌이켜보면,
그 말은 아이보다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잘하고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자.’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학원에 혼자 남아 또다시 홍보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 학생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이제 그만두신다고 하시려나…’
체념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요.
학교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대요.
너무 좋아하면서 클라리넷을 계속하고 싶다고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지만,
그날의 나는 그 말 하나로
큰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곧바로 걱정이 밀려왔다.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하지?’
‘왜 학생은 늘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다시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또 그 학생 어머니였다.
“선생님,
저희 아이 친구들 중에
클라리넷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좀 있어서요.
소개해 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그 어머니를 통해
열 명 정도의 학생이 이어졌다.
물론 모두 외부 레슨이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충분했다.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서
처음으로 빛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