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15편- 2006년 겨울, 터널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

by 문석환



그날의 작은 사건이 모든 걸 바꿔줄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 여전히 학원은 조용했고, 전화는 쉽게 울리지 않았다.


다만 그날 이후, 내가 레슨을 대하는 태도만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집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대한 학생에게 맞추려 노력했다.

한 분 한 분 최선을 다해 가르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었다.

그렇게 2006년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학원을 시작한 지 1년에 가까워졌을 무렵, 거쳐 간 학생 수는 적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2006년 겨울, 학원에 남아 있던 학생은 고작 네 명뿐이었다. 외부 레슨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현실적인 고민이 머리를 짓눌렀다. ‘현금서비스를 언제까지 받아서 월세를 내야 하지?’ 불안은 하루하루 더 짙어졌다. 그 무렵, 학원을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어쩌면 몇 년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던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들과의 연락도 끊었고, 점점 혼자가 되어갔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밤 9시, 성인 수강생 한 분의 레슨을 위해 학원으로 향했다. 며칠을 백수처럼 보내는 내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 너무 초라했다.



물론 단 한 분이라도 레슨을 받으러 와주신다는 건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몸도 마음도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2006년 12월로 기억한다. 현금서비스가 한도 초과로 더 이상 되지 않던 날, 심장이 이유 없이 마구 떨려왔다.



‘어쩌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불이 꺼진 학원 안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제대로 밥을 먹는 일조차 그때의 나에겐 사치처럼 느껴졌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동전을 모두 모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꾼 뒤 겨우 그달 월세를 해결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아주 캄캄한 터널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학원은 목표를 만들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의 선배, 후배, 친구들은 연주도 활발히 하고 각자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여기서 멈춰 서 있는 걸까.



한겨울의 찬 공기 속에서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모아 소주 한 병과 과자를 샀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한강으로 향했다. 날씨도 추웠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2007년까지만 버텨보자. 할 만큼은 했다.’



그렇게 스스로와 약속하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 돌아왔다.



그리고 2007년,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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