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클라리넷이야기 13편- 학원 앞 가장 조용했던 무대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연주하다

by 문석환


내 삶이 참 불쌍해 보였다.

되는 일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떠오른 방법은 단 하나였다.


학원 앞에서 직접 연주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자.



하지만 주변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다.


9호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고,


주변 아파트는 재건축 중이라 먼지가 자욱했다.


드릴 소리와 공사 소음 때문에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환경이었다.



‘여기서 과연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상황 탓은 하지 말자.


뭐든 해봐야 후회가 없을 테니까.’



사실 학원을 시작하던 첫 달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 추웠고,


차가운 공기 때문에 악기가 금세 갈라져


며칠 만에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관리사무실로 향했다.



“저 홍보하려고 하는데,


건물 앞에서 연주해도 될까요?”



“하시는 건 상관없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운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허락만 해주신다면 괜찮습니다.”



그날 바로 악기를 들고 나왔다.


학원에 있던 전단지와 간이 책상을


건물 입구 쪽에 놓았다.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마스크를 쓴 채 악기를 조립했다.



반주도 없이,


그냥 무작정 연주를 시작했다.



올드보이 OST,


클래식 OST,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하루에 한 시간씩,


꼬박꼬박 연주를 이어갔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어린 꼬마 학생들이 다가왔다.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연주 중이라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몇몇 분들은 박수를 치며


전단지를 몇 장씩 가져가기도 했다.


너무 감사했고,


기쁜 마음에 두 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갔고,


‘뭔가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고, 또 며칠이고


연주는 계속됐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학원 앞 보도블록 공사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제야 홍보를 마무리하게 됐다.



마지막 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학원 뒤편에 있는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한강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


그러니 후회는 없겠지?’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몇몇 분들이 관심을 보였으니


내일부터는 학생들이 좀 들어오지 않을까?’



그렇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집으로 걸어왔다.



그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것도 모른 채.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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