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연주하다
내 삶이 참 불쌍해 보였다.
되는 일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떠오른 방법은 단 하나였다.
학원 앞에서 직접 연주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자.
하지만 주변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다.
9호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고,
주변 아파트는 재건축 중이라 먼지가 자욱했다.
드릴 소리와 공사 소음 때문에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환경이었다.
‘여기서 과연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상황 탓은 하지 말자.
뭐든 해봐야 후회가 없을 테니까.’
사실 학원을 시작하던 첫 달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너무 추웠고,
차가운 공기 때문에 악기가 금세 갈라져
며칠 만에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관리사무실로 향했다.
“저 홍보하려고 하는데,
건물 앞에서 연주해도 될까요?”
“하시는 건 상관없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운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허락만 해주신다면 괜찮습니다.”
그날 바로 악기를 들고 나왔다.
학원에 있던 전단지와 간이 책상을
건물 입구 쪽에 놓았다.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마스크를 쓴 채 악기를 조립했다.
반주도 없이,
그냥 무작정 연주를 시작했다.
올드보이 OST,
클래식 OST,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하루에 한 시간씩,
꼬박꼬박 연주를 이어갔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어린 꼬마 학생들이 다가왔다.
“아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연주 중이라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몇몇 분들은 박수를 치며
전단지를 몇 장씩 가져가기도 했다.
너무 감사했고,
기쁜 마음에 두 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갔고,
‘뭔가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고, 또 며칠이고
연주는 계속됐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학원 앞 보도블록 공사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제야 홍보를 마무리하게 됐다.
마지막 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학원 뒤편에 있는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한강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
그러니 후회는 없겠지?’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몇몇 분들이 관심을 보였으니
내일부터는 학생들이 좀 들어오지 않을까?’
그렇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집으로 걸어왔다.
그 생각이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