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던 날, 그 건물 앞에 섰다”
다음날 오전,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반포쇼핑타운으로 향했다.
아주 어렸을 때 살던 동네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재건축이 시작되던 시점이라 반포자이와 레미안 쪽은 거의 공터였다.
주변은 계속 공사 중이어서 겨우 돌아서
반포쇼핑타운 8동에 위치한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드린 교습소 자리 알아보러 온 사람인데요.”
어머니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네, 반포쇼핑타운 4동 4층 보러 오셨죠?”
부동산 사장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
아마도 계속 안 나가던 자리라 안스러운 마음이 보였다.
반포쇼핑타운 4동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고 함께 이동했다.
“엄마, 볼일 보세요. 저 혼자 보고 올게요.”
“아니, 시간이 좀 남아서 궁금하기도 하고 같이 보자.”
“네.”
그렇게 4동 안으로 들어갔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왜 안되서 나갔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건물이 너무 낡았고, 엘리베이터는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낙후되어 있었다.
“너무 낡았죠? 그래서 월세가 조금 저렴하게 나온 거예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어머니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한 번은 보고 가자고 생각하고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 도착했을 때는 더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리모델링이 되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화장실도 시골에서나 보던 재래식 화장실이었고, 복도 분위기도 어둡고 침침했다. 다른 학원들도 학생들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약 1분 정도 둘러봤을까.
“잘 봤습니다.”
그 말만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좀 별로죠? 사실 여기 소개시켜드릴 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부동산 사장님의 조심스러운 말이 들렸지만, 이미 머릿속은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머니는 다른 볼일이 있다고 먼저 이동하셨고, 나는 학원 뒤쪽 한강 고수부지로 내려가 한강을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여기서 학원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지, 이 선택이 옳은지 계속 고민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