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를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머니께 학원 이야기를 꺼낸 다음 날.
아침부터 어머니가 나를 급히 찾으셨다.
“석환아.”
“네.”
“엄마가 아는 부동산에 연락해봤는데… 우리 예전에 살던 동네 있지?”
“네.”
“그쪽에 괜찮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자.”
“무슨 자리요?”
“너 학원 자리.”
“…네??”
이렇게 빨리 ‘현실적인 단계’로 넘어갈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곳은 당시 나에게 아픈 기억이 많아 생각하기조차 싫은 잠실이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아직 준비도 못 됐는데… 다시 상처 받으면 어떡하지?”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다음에 보자고 말한 뒤 밖으로 나왔다.
거리로 나오니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부모님 손 잡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팔짱 끼고 웃으며 걷는 연인들…
그 모습들이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다.
그때 느꼈다.
나는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채,
혼자만 어둠 속을 걷고 있다는 걸.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다시 부르셨다.
“석환아, 잠실 쪽 보고 왔는데… 거긴 아니더라.”
“왜요?”
“노인정으로 쓰던 공간이었는데, 상가도 아니고 위치도 애매하고… 괜찮지 않더라.”
“…네.”
표면적으로는 ‘아 다행이다’ 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무너져 내렸다.
기대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나에게
또 한 번의 빈자리 같은 느낌이 찾아왔다.
잠시 뒤,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셨다.
“반포쇼핑타운 알지?”
“네.”
“그쪽에 자리가 하나 나왔대. 좀 낡고, 전에 들어왔던 곳들도 오래 못 버티고 나갔다더라.”
“…”
“한번 볼래?”
“…네.”
당시엔 인터넷 정보도 많지 않아서
말 그대로 발품을 팔아 다녀야 할 때였다.
잠실이든 반포든, 어느 곳도 선뜻 마음이 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더 망설일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반포쇼핑타운으로 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