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48시간 만에 알파 세대의 문화가 되다

틱톡 바이럴로 앱스토어 1위 찍기, '말랑이 온라인'

by 장나니

말랑이의 틱톡 정복

올 초부터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랑이 거래'라는 것이 유행했다. 유행의 시작은 틱톡이었다. 지구 반대편 미국 어린이들이 친구끼리 가족끼리 소유하고 있는 피젯 토이를 바꾸는 #FidgetTrading 틱톡이 바이럴되면서, K-초딩에게도 문화가 전파된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장난감을 교환한다고 하면 상상되는 그림이 있다.

"너 뭐 있어?"

"나 이거랑 이거"

"얘랑 바꿀래?"

"그래!"

사이좋게 품에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주고 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말랑이 거래'는 다르다.


먼저, 조회수 270만을 기록한 틱톡을 보자.

https://www.tiktok.com/@ozfidgets/video/6963844797681405190?is_from_webapp=1&sender_device=pc&web_id6979190107501086209


거래판 위에 피젯 토이를 하나 던진다. 파트너가 거래하고 싶은 피젯 토이를 던진다. 값어치가 맞으면 두 사람이 초록색 ✓ 버튼을 눌러 거래를 성사시킨다. 만약 값어치에 차등이 있으면, 중앙의 + 버튼을 빠르게 두드려 더 가치가 높은 피젯 토이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끝내 이 거래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 빨간색 × 버튼으로 쿨하게 거래를 종료한다.


이 문화를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받아들이면서 템포가 빨라졌고, 방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를 BGM 삼아 더 긴장감 넘치는 게임으로 진화하였다.

https://www.tiktok.com/@dy6hl3yco20j/video/6964757098286566658?is_from_webapp=1&sender_device=pc&web_id6979190107501086209


틱톡에서 말랑이 거래 문화는 2021년 2분기 쯤 바이럴이 됐었고, 여름이 지나 개학을 하고는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동네 문방구를 정복했던 말랑이의 유행도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 9월 12일 일요일, 다시 틱톡에 말랑이 거래가 추천 알고리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몇 달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방바닥에 동생이랑 앉아서 하던 게임이 아니라, 침대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랑이 거래를 모바일 게임으로 구현한 '말랑이 온라인'이 출시되었고, 곧 앱스토어 보드게임 1위를 차지하면서 다시 학생들에게 말랑이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말랑이 온라인 보드게임 카테고리 차트.001.jpeg 떡상하는 앱을 보며 왜인지 코인판을 이해하게 되었다.


바이럴 마케팅이 아직 된다고?

처음 말랑이 온라인이 바이럴 된 틱톡은 특별할 것 없는 영상이었다. (물론 말랑이 거래를 모르는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영상이 되겠다.)


https://www.tiktok.com/@malang.world/video/7006269328869969154?is_from_webapp=1&sender_device=pc&web_id6979190107501086209

말랑이 온라인의 첫 바이럴 영상.002.jpeg


요즘 너 나 할 것 없이 갖고싶다는 Z플립3 말랑이 하나와 포도, 토끼, 도토리, 절대반지 등 수십개의 말랑이가 거래되는 현장을 녹화해서 업로드한 것이다. Z플립3 말랑이를 얻기 위해 빠르게 손을 움직이는 모습에 느껴지는 왠지 모를 긴장감 때문인지, 중간 중간 보이는 강쥐꼬순내와 짱구아빠양말처럼 터무니 없지만 갖고 싶은 말랑이 때문인지 이 틱톡 영상은 쉽게 6만 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을 시작으로 자신의 말랑이를 인증하는 영상, 희귀템을 뽑게된 순간을 기록한 영상, 몇 십 개의 말랑이의 가치를 사용자 나름대로 환산해 시세를 알려주는 영상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랑이 온라인이라는 앱은 무서운 기세로 출시 다음날 앱스토어 보드게임 카테고리 79위를, 그리고 이틀 뒤에는 보드게임 카테고리 1위에 무료 게임 순위 4위까지 거머쥔 것이다.



내가 이 앱을 알게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나는 Z세대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벌써 2년 째 매일 틱톡을 한-두 시간씩 보고 있다. 컨텐츠를 끝까지 보거나 좋아요, 계정 팔로우 같이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칠만한 행동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학생들이 좋아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만 반응하는 방법으로 만들어놓은 Z세대와 알파 세대 페르소나 계정이 있는데, 알파세대 페르소나 계정에 '말랑이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계속해서 추천에 보였던 것이다.


사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업계의 유행을 휩쓸었던 어몽어스도 틱톡에서는 크게 바이럴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말랑이 온라인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앱스토어에는 Whoyaho Corp.이라는 회사가 등록되어 있었는데, 신생 스타트업인지 구글과 네이버에 홈페이지는 뜨지 않았다. 끌림벤처스라는 엑셀러레이터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었고, 어렵게 찾아낸 개발자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개발자는 알파 세대의 커뮤니케이션에 혁신을 만들고 싶다는 비전 하나로 주식회사 후야호를 창업했다. 후야호라는 이름도 올 봄을 휩쓸었던 '무야호'라는 밈에서 따왔다고 했다.

l_2021031401003627600328311.jpg 밈을 활용해서 회사 이름을 짓는 패기란.. 그런데 야후 같기도 하고?


대표이자 말랑이 온라인 개발자인 그도 틱톡을 애정하는 분이셨는데, 말랑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앱으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가 들려준 말랑이 온라인의 창업 스토리는 게임만큼 재미있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찾아보니 말랑이 거래앱이라고 광고하는 게임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역시 발빠른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나와있는 말랑이 거래앱을 모두 다운받아 플레이해보니 실제 친구와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친구나 가족이랑 게임하면서 모바일에서는 로봇이랑 게임해야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끼리 장난치면서 거래하는 게 알파세대의 소통방식인데, 소통 없이 게임 기능만 구현되어 있는 것으로는 알파세대를 즐겁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서 거래할 수 있는 기능만 가지고 간단하게 프리토타입을 출시했습니다.

출시한 당일인 9월 8일 목요일, 앱을 런칭하고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어요. 광고를 돌려야하나 싶어서 틱톡 광고를 만원 인가 돌려봤는데 설치 단가가 너무 싸더라구요. 단가가 낮아도 너무 낮아서 틱톡 측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바로 껐어요. 돈 날릴까봐서요.

그런데 다음날 지표를 확인했는데 갑자기 천 명이 들어온 거예요. 어디서 들어왔는지도 몰랐어요. 광고는 안했는데 계속 들어오니까요. 원인을 모르겠으니까 하려던 개발을 계속 했죠.

그러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틱톡을 봤는데 저희 앱 녹화한 영상이 추천에 뜨더라구요. 조회수가 3만 정도 됐어요. 이 건가?싶어서 틱톡에 #말랑이온라인을 검색해봤더니 조회수 몇 천 짜리가 대여섯개는 됐어요. 얼떨떨 했습니다.


얘기를 듣는 내내 신기했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만난 것처럼. 어떻게 2021년에 바이럴로 앱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것도 의도적인 마케팅이 아니라니?



역시, 가장 좋은 마케팅은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

요즘 마케터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 뭐냐고 물으면 100이면 100 모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꼽을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구독자수와 팔로워수가 하나의 권력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가 마케팅 채널로 활용되는게 당연해졌다.


그런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페이스북과 커뮤니티가 중심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 때는 SNS 대란템이라는 키워드가 생기기도 했으니까. 사람들이 좋다고 자발적으로 소문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마케터의 임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더이상 의도적인 바이럴 마케팅에 속지 않으면서 서서히 바이럴 마케팅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몇 년 후, 2021년 틱톡에서 바이럴을 목격했다. 그 것도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다.


집에서 하던 말랑이 거래가 온라인에서 친구랑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지난 봄부터 기다려왔던 게임이었다. 유행이 지났을 것이라 생각했던 문화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그 때부터 같이 거래하고 싶었던 친구에게 게임을 소개하고 다운받아서 같이하자고 초대한다. 초대 기능이 있는 게 아니다. 너무 재밌으니까 초대하고 싶은 거다.


틱톡 말랑이온라인 검색 결과.003.jpeg

거래의 긴박함을 영상으로 녹화해 다른 사용자들과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말랑이를 자랑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자발적이다. 그렇게 출시된지 일주일도 안된 앱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조회수 44만회를 돌파하고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크래프톤 웨이'에서 배틀그라운드가 런칭 초기에 바이럴 되던 모습과 동일하다. 그 게임은 트위치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뻗어갔고, 이 게임은 틱톡커를 중심으로 뻗어가고 있다. 개발자님이 틱톡 바이럴 현상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재미있는게, 틱톡에 말랑이 온라인 플레잉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가 잘 나와요. 그래서 그 유저들이 말랑이 온라인 영상을 더 올려줘요. 그럼 저희 게임은 더 노출되면서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새로 온 사용자들도 새로운 영상을 올려주는 겁니다. 선순환 되고 있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단전 깊은 곳에서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바라는 상황이 아닐까? 서비스가 사용자 마음에 얼마나, 도대체 얼마나 마음에 들어야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쿠키런 킹덤이나 모두의마블 같은 대기업 게임이나 요즘 광고비를 엄청 많이 쓰고있는 피쉬돔 같은 게임을 광고 없이 역전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답은 뻔하다. 사용자가 너무나도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 것 밖에 없다.


이번 글에 싣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있다. 말랑이 온라인을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해오셨는지 말씀해주셨는데, 책이나 칼럼에서 보던 애자일과 프리토타입이 충분히 실무에 적용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의 시스템에 혁신을 도입한 주식회사 후야호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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